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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Apr 05. 2022

시댁이 제주도 입니다만.

코로나로 너무 오랫동안 제주도를 가지 못했다.

시댁이 제주도라 주기적으로 갔었는데 코로나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님한텐 이미 염치없는 자식들인 것 같아 차마 자주 못 와서 죄송하단 얘기는 속으로만 하게 된다.

아직도 오미크론이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우리는 제주행을 선택했다.

작년 봄. 코로나가 잠시 주춤하던 사이 제주 방문 이후로 1년 만이다.

핸드폰 너머로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간 우리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괜히 바쁜데 내가 부르는 것 같다고. 괜스레 생각하시는 것 같다.

제주 공항에서 우리가 마주하기 전까지 우린 기분이 항상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제주에 자주 오고 가도  이상하게 관광객 마인드가 짖게 배어있다.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아이들은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고 싶어 자리 쟁탈전이 시작된다.

누구 옆에 앉느냐도 왜 그리 중요한지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진이 빠지게  한다.

서로 타협점을 찾고 결국 첫째 아이가 창밖을 차지한다.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정말 장관이다.

책에서만 봤던 뭉게구름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살짝 맛을 보면 왠지 달달한 솜사탕 맛일 것 같다.

금방이라도 신령님이 신선놀음이라도 할 것 같은 저 넘어 세상.

하늘은 땅과 다른 세상인데 너무 놀고 있는 것 같다. 하늘에 집을 짓고 이사만 갈 수 있다면

언제든 첫 번째로 가고 싶단 생각을 해본다.

기류 탓에 비행기가 살짝 흔들리기라도 하면 겁도 나지만 롤러코스터라도 타는 것처럼 생각하고

아이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그새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소곤소곤 " 아빠 또 창피하게 코 곤다~"

우리끼리 낄낄대고 웃다 보면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 도착해 어머님과 통화하는 남편.

"어디?"

제주도만 오면 특유의 제주 사투리와 억양을 하나씩 내보이는 남편.

'깜빡했었다. 남편이 제주 사람이었지?'


저 멀리 어머님이 보인다.

"조하빈~ 조하율~"

쑥스러운 듯 씩 웃으면 안기는 아이들.

보고 싶었다고 온몸으로 얘기하시는 어머님.

그렇게 제주에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제주도는 이곳만이 갖는 특이한 분위기가 있다.

대한민국이지만 대한민국이 아닌 대한민국 같은 그 너머 다른 세상.

한라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섬이라 비행기 안에서 멀리 바라보면 제주도라는 섬이 참 예쁘다.

제주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다 없다 하지만 하늘에서 본 제주는 집도 많고 번화한 지역이 많아 보인다.

봄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는 아직 목련도 피지 않았다. 북쪽에 가까운 지역이라 봄의 기운을

못 느끼고 있었다.

역시나 제주도는 일찍이 봄이 왔다. 알록달록 개나리와 벚꽃,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 와. 여긴 다른 세상이구나.'

어머님 집으로 출발하는 동안 들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말을 발견했다.

저 너머 바다도 어쩜 파도 하나 없이 푸르른지.  휴양지의 기운을 벌써부터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제 한라산 중턱 도로를 달려야 한다.

벚꽃길이 펼쳐진다.

'혹시 날 반기는 거니?'

꽃길에 푹 빠져본다.

어머님 집에 가까울수록 우린 배가 고팠다.

' 역시 배고픔은 낭만을 이기는구나!

밥부터 먹고 감탄하자! '

제주도에 왔으니 회를 먹고 우린 어머님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우린 표선 앞바다에 가서 맛있는 파스타를 먹었다.

제주도라 그런지 빠네 파스타에 전복이 들어 있는 걸 보고 역시 제주도는 다르구나 싶었다.

곳곳에 이렇게 음식도 맛있고 특색 있는 음식점들이 있다.

우린 배불리 먹고 표선 앞바다로 향했다.

화산섬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정말 행운이라고 늘 생각한다.

화산 폭발로 이 정도의 이득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니 화산 폭발로 고생하는 이웃나라들이 오히려 부럽기까지 하다.

제주도에 이주해서 살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어부이고 해녀였을 듯하다.

그 옛날 이곳에서 먹고사는 일은 바다에서 얻는  해산물이 전부였을 것이다.

땅이 비옥하지 않아 농사도 쉽지 않았을 테니  살아가는 방식이 비슷해 보인다.

제주를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을 위주로 장사를 해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을 만큼

수입이 좋아졌다.

지금이야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해외로 많이들 가지만  30년 전만 해도 제주도는 최고의 커플들의 낭만 장소 아니었을까 싶다.

정말 희한하게 생긴 화산 돌들만 봐도 저절로 사진기 셔터를 누르게 되는데 이곳에서 어떻게 커플들의 사랑이

식을 수가 있겠냔 말이다.

나만해도 도로 아래 계단을 타고 바다에 갔다 오겠다고 내려가는데...

그러나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어머님은 추워서, 남편은 귀찮다며 차로 향한다.

첫째는 내려가기 싫다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고 둘째는 나와 함께 낭만을 느끼러 내려간다.

모아 놓은 풀더미에 발을 헛디뎌 더 이상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잔잔한 바다와 화산돌들이 내 마음에 콕 박혀 떠나질 않는다.

표선 앞바다를 뒤로 하고 아쿠아리움을 가기로 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느끼고 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아쿠아리움을 가면 즐거울 것 같다.

인위적인 아쿠아리움보다 표선 앞바다 보는 게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가족들은 편하고 안락한 아쿠아리움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면서 감탄을 거듭한다.

금붕어같이 생겼는데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옆에서 어머님이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의 동영상을 찍고 있는 게 아닌가.

날것 그대로의 제주도를 늘 만끽하시는 어머님이 물고기 동영상을 찍는 걸 보고

'아. 역시 한수 위구나' 싶었다.

내가 원초적인 물고기의 떼가 신기해 단면을 찍는다면

어머님은 이 원초적인 물고기의 움직임과 세세한 부분을 동영상으로 남기신다.

아는 만큼 보이고 궁금해하는 것만큼 배울 수 있듯이 가둬놓은 물고기를 보고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같아 참 신기했다.


한낮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어머님이 관리하는 펜션으로 향했다.

제주도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해물뚝배기를 어머님은 정말 맛깔나게 끓이신다.

전복, 새우, 조개, 성게알, 홍합 등. 해산물을 넣고 끓인 해물 뚝배기는 제주의 최고 음식 아닐까 싶다.

시집와서 처음 먹어본 해물 뚝배기가 사실 엄청 신기했다.

해물탕만 먹어봤지 해물 뚝배기는 처음 들어본 음식이었다. 여러 가지 해물들의 감칠맛이 이 뚝배기 안에

살아 움직인다. 정말 이럴 수 있을까..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나에게 사실 조개류가 달갑진 않지만 해물뚝배기를 먹고선 알레르기가 나온 적이 없다.

내 몸이 해물뚝배기를 원하는 것 같다.

어머님 생신 기념으로 온 건데 초를 켜기는커녕 먹성 좋은 우리 네 식구 해물 뚝배기에 얼굴을 묻고

먹기 시작한다.

섭섭해하시는 어머님의 한마디.. " 케이크에 불은 켜지도 않고.."

해물뚝배기에 영혼을 탈탈 털려버렸다.

허걱. 본능에 충실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끓여주신 해물뚝배기가 너무 맛있어서...'


2박 3일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 행복했다.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들을 공유하고 서로 가까워지면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으로 향하는 내내 창밖의 풍경은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

제주는 그런 곳이다.

도착하면 바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육지에선 느낄 수 없는 바람, 차분함, 여유로움.

거리에 관상용으로 심어진 하귤.

바람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산 돌담들.

이곳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멋. 하르방.

제주는 독보적이다.

다른 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제주.

다시 올 때까지 딱 기다려. 내가 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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