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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장프로젝트 Jun 04. 2020

그동안 분리배출 '제대로' 하셨나요?

에디터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분리수거를 한다. 일주일간 모인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 플라스틱, 유리, 종이 등 종류별 쓰레기를 꽤나 열심히 분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동안 내가 했던 분리배출은 진짜 분리배출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한 달 전쯤 분리배출하러 나갔다 돌아온 남편이 투덜거리며 들어왔다. 분리수거가 안된다며 퇴짜 맞고 다시 갖고 들어온 쓰레기 몇 가지가 손에 들려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잘 정리해서 갖고 나갔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시 갖고 들어온 쓰레기를 살펴보니 며칠 전 시켜 먹은 치킨 종이상자와 새로 산 화장품 종이박스들이었다.


양심의 가책이 몰려왔다



분리배출 앱을 깔다

환경보호의 시작은 '분리배출'이므로 남편과 나는 꽤나 꼼꼼히 쓰레기를 분류해 분리수거를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바쁜 경비아저씨를 붙들고 질문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땐 공부해야 한다. 당장 환경부에서 만든 '내손안의 분리배출'이라는 앱을 깔았다. 앱의 메인 화면에 <분리배출의 핵심 4가지>가 강조되어 있다. 


1. 비운다: 용기 안에 담겨있는 내용물은 깨끗이 배우고 배출합니다. 

2. 헹군다: 재활용품에 묻어있는 이물질, 음식물 등은 닦거나 한 번 헹궈서 배출합니다. 

3. 분리한다: 라벨 등의 다른 재질 부분은 제거하여 배출합니다. 

4. 섞지 않는다. 종류별, 재질별로 구분하여 분리수거함으로 배출합니다. 


하, 벌써 양심의 가책이 몰려왔다. 쓰레기에 붙은 라벨은 잘 뜯기는 페트병 라벨들만 뜯어냈지 쓰레기마다 재질이 다른 라벨이 어떻게 붙어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앱의 가장 좋은 점은 일일이 답변을 달아주는 Q&A 코너가 있다는 것. 질문을 통해 기름이 묻은 치킨 종이 상자와 손으로 찢었을 때 찢기지 않는 화장품 종이 상자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이는 물에 풀어서 녹이는 과정을 통해 재활용이 되는데,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이 어렵다. 코팅의 유무는 눈으로 확인하기보다 손으로 찢어지는 경우 종이류로 배출하면 된다.)



재활용 분리배출이 쉬운 물건을 사게 되다

분리배출 앱을 깐 이후로 올라오는 Q&A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수박씨는 종량제 봉투에 일반 쓰레기로, 페트병 뚜껑은 별도로 많은 양을 따로 모아 분리배출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사실 등 매일 새로운 분리배출 상식이 생겨났다. 이런 시시콜콜 하지만 매우 중요한 것들을 알게 되니 쇼핑을 할 때 가능한 재활용이 가능하고, 용이한 물건을 고르게 됐다. 라벨 분리가 잘 되는 음료, 라벨이 없는 제품, 플라스틱에 잘 안 떨어지는 비닐 포장을 한 번 더 하지 않은 제품, 코팅 처리가 안된 종이 포장 등을 골랐고, 재활용까지 생각한 브랜드를 찾아 이용하게 되었다. 


정리한 분리배출도 다시 보자 

베란다에 분리수거함에 이쯤 하면 됐지 하며 던져뒀던 재활용 쓰레기들을 담기 전 떼지 않은 라벨은 없는지, 잘못 분리한 것은 없는지 다시 꼼꼼히 살피게 되었다. 빨대를 꽂아 먹는 종이팩 음료를 버릴 땐 가위로 일일이 잘라 펼쳐 씻었고, 페트병의 뚜껑도 따로 분리해 모으고 있다. 알면 알수록 귀찮은 일이 많아지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뿌듯함과 행복함이 크다.


남편의 몫이었던 분리배출, 가족의 생활이 되어간다


분리배출은 아이와 내가 베란다 수거함에 대충 담아두면 분리수거하는 날 남편이 정리해 나가는 게 일상이었다. 가족들과 분리배출 상식을 공유하면서 꽤 자주 우리 가족은 재활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주방에서부터 더 꼼꼼한 분리배출을 위한 작업을 하게 되었다. 6살 아이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엄마, 이거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 맞아요?"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분리수거 날 분리할 종류가 더 많아지니 남편과 함께 한 번 더 살피고 손이 모자라 함께 나가는 날도 잦아졌다. 아직도 멀고 먼 완벽한 분리배출 생활이지만 하나하나 몰랐던 상식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귀찮은 분리수거하는 날이 온 가족 저녁 나들이 시간이 되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일회용 컵 안 쓰기, 음식물 쓰레기 안 남기기, 전등 끄기처럼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새 습관이 된다.  <맘앤앙팡> 편집부 기자들은 매달 주제를 정해 환경을 위한 #당장챌린지를 실천하기로 했다. 기자들의 생생한 후기는 매주 연재된다.


환경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시나요?

 지구를 구하는 상상력이 담긴 '지구인카드' 펀딩 중



 오정림 기자
사진 언스플래쉬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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