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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챗쏭 May 15. 2019

독후감과 서평 사이를 오가며

[서평]『서평 쓰는 법』(유유출판사), 이원석 지음



벌써 30년도 넘은 일이지만,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숙제입니다. 학교에서 정해 준 책 독후감 2편을 쓰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한 편은 고래가 소재인 창작동화(또는 소설)였고, 다른 한 편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위인전인 것으로 기억납니다. 30년도 넘었지만 어떤 책인지 또 표지가 어땠는지를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제 기억력이 좋다는 것의 반증이 아니라, 그만큼 독후감 쓰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독후감을 언제 마지막으로 써 보셨나요?


저의 독후감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끝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쓰기 싫고 힘들었던 독후감이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는 자발적으로 독후감인지 서평인지를 쓰고 있습니다.


사진 / unsplash_@aaron-burden



독후감과 서평을 구분 짓고 서평을 쓰겠다거나 독후감을 쓴다거나 하면서 나누어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단지, 독후감은 책에 대한 느낌을 적은, 수준이 조금 낮은 글쓰기이고, 서평은 평가가 곁들여진 수준 높은 글쓰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서평쓰는 법” 이원석 작가의 구분에 따르면, 저는 정확히 독후감을 쓴 것입니다. 독후감은 정서적이고, 감상을 담아냈으며, 독자의 느낌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반면,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사유를 논리적인 언어로 풀어낸 글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독후감과 서평의 구분을 더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독후감이 책을 읽은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글이고 독자 본인에게는 치유의 경험을 주는데 반하여, 서평은 자신의 입장을 객관화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책을 집어들거나 멀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영화 감상평으로 비교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하여 블로그에 올리는 영화 감상평(스포일러를 포함한)은 독후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같은 영화인데도 전문 평론가가 영화평론을 쓰거나, 평론가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평가한 감상평이 있습니다. 그냥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영화 중 일부 장면을 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숨겨진 의도를 찾아 설명을 달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당장이라도 보고 싶게 하거나 나랑은 맞지 않는구나를 알게 합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처럼 말이지요.(이걸 알면 옛날 사람인가요?)


‘출발 비디오 여행’ 얘기가 나왔으니 이것으로 조금 더 풀어 가 보겠습니다.  

  

일요일 낮에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고 나면, 저는 그 영화를 꼭 찾아서 보고 싶었습니다. 2편의 영화를 비교해서 각각의 특징을 구간 구간 설명한 것을 보고 나면, 다 본 영화라 하더라도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영화감독의 숨겨진 의도가 어느 장면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짝 알려주기도 합니다.(또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알고 다시 보면, 영화의 전체가 새롭게 보입니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라 하더라도 다른 재미를 발견하고는 합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의도한 대로 제가 넘어간 것이겠지요. ‘이 부분을 다시 보면 전에 네가 본 영화와 다른 재미가 있으니 다시 한번 봐라’ 하고 의도한 것일 겁니다.


서평도 마찬가지입니다.

 

서평가의 입장에서는 책이 어떻게 읽혔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 책인지, 그래서 잠재적 독자인 서평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책을 읽도록 재촉하거나, 읽지 말라고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서평가는 책을 요약하고 이것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이 의도를 보여줍니다. 서평가의 시각과 해석을 통하여 책을 더 깊게 읽을 수 있고 단선으로만 보이던 책의 내용과 표현이 복합적으로 읽히도록 합니다. 서평가의 시각이 더해져 새롭게 해석을 하고 책을 읽을 독자의 관심을 이끌게 됩니다.




그럼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이 책에서는 서평을 구성하는 것은 책에 대한 ‘요약’과 ‘평가’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요약’은 나열이 아닌 의도가 담긴 해석입니다. 필요한 부분만 필요에 의하여 쓰는 것이지요. ‘평가’는 서평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이 책의 의미, 이 책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까지 논리적인 언어로 재배열하는 글쓰기가 서평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가가 없으면, 독후감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서평이 잠재적 독자를 향한, 먼저 읽은 사람의 의도가 담긴 해석의 글쓰기라고 한다면, 서평가 본인에게는 독서를 완성짓고 그 책이 삶에 남긴 의미를 깊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하여 생각이 정리되고 삶이 정화되는 느낌이 드는 것과 같습니다. 추상적인 느낌을 붙잡아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책에서 얻은 느낌과 생각을 삶에 정착시키는 효과가 뚜렷합니다. 이 책의 이원석 작가가 서평을 권하는 이유이며 올바른 독서문화의 방향,교양혁명의 첫걸음으로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평가를 하려면 평가를 하는 사람의 기준과 안목이 확실해야 합니다.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 분명하게 이유를 제시해야 글에서 논리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지식이 있다면 그에 대한 바탕지식이 있어야 이에 대한 논리적인 해석과 평가가 가능합니다. 서평을 쓰는 사람이 그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로 서평가의 성실한 선행독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서평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주목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독을 하고 가능하면 반복하여 읽고,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는 책의 문장을 메모하고 발췌한 문장이 촉발한 나의 사유를 기록하라고 합니다. 이것만 논리적으로 배열해도 서평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발췌하고 평가하는 글을 쓰고 이것을 계속 퇴고하다보면 서평이 담는 정보도 늘어납니다.

그렇게 완성되어가는 서평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Photo by Jonas Jacobsson on Unsplash


여전히 저는 서평이 어렵습니다.

이 글 또한 서평인지 독후감인지 모호합니다.

우리는 왜 서평을 써야 할까요?


독서의 방법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것이어서 어느 한가지 방법이 옳다고 힘주어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리는 꽤나 긴 시간을 들여 책을 읽습니다. 책에 인쇄된 활자를 읽고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스쳐 보내기도 하고 이를 붙잡아 또다른 생각으로 연결지어 내기도 합니다. 책으로 말미암아 느끼고 생각한 바를 가지고 삶에 적용시키거나 생각을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롭게 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물론 각자 선택의 몫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데 들인 시간이 남긴 효과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 역시도 책을 흘려 읽으며 책의 줄거리만을 탐독하기도 하고, 저자의 지식을 구경하는 수준의 독서를 해 왔습니다. 간혹 책에서 얻은 저만의 느낌과 생각을 만났지만 어떻게 정리하여 활용할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읽은 책을 요약이라도 잘 해놓았다면 좋았을텐데 그렇지도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책을 읽어 흘려 보낸 것입니다.


제가 '서평쓰는 법'을 찾아 읽은 것은 '서평'을 제대로 써보고자 함이었습니다. '어떻게 서평을 쓸지'를 고민하다 만난 책입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책을 제대로 읽어 내 삶에 깊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느낌입니다. 제가 들인 책 읽는 시간의 가치가 가장 의미 있게 남는 방식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저자의 방법대로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고, 더 나은 서평 또는 독서를 위해 또다른 자료와 지식을 찾아 보는 방법으로 저의 독서가 한층 깊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꾸준히 쓰는 것' 또한 시작해 볼 참입니다. 더 나은 서평이 되어가는 과정을 한번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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