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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린 Mar 01. 2019

공부해라, 성실해라, 사랑해라.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할 말 

양희은 '엄마가 딸에게'란 노래에서 엄마는 이렇게 읖조린다.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아냐, 나도 그러지는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오늘 아침, 


나는 아주 자비로운 마음으로 국어와 수학 단 하루 분량만 하고 놀게 해주려 하는데, 그 4장의 공부가 내 뜻대로 하질 않는다. 애초에 아이는 본인 의지대로 오늘 하루를 보내려 했을 것이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거 안 푼다고 뭐 그리 대수냐라고 생각하면 쉬운 일이다. 그 4장이 괄목할 만한 실력의 발전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만, 글을 읽고 핵심을 파악하는 연습, 창의력을 발휘해 풀어야 하는 수학은 해주고 싶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엄마가 같이 공부해주고 싶은 것이었다. 하루하루의 습관이 모여 일년을 이루고, 일년이 십년 되고, 인생을 엮는다. 철학적인 말로 구슬려 봐도 초딩 2학년 어린이는 귓등으로 듣는다. 억척스럽게 득달같이 살아왔고 그래서 욕심많은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딱지와 레고를 조물락 거린다. 하아. 


조물락. 아이는 아이가 일군 레고 세상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욕심에 눈이 어두운 엄마 눈에는 그저 '조물락'이다. 

기어코, 좋은 방법이 아닌 건 알지만, 과자 3봉지를 전리품으로 걸고 4장을 풀어제꼈다. 



내일 모레면 새학기를 맞는 아이의 방을 바라본다.  


조금만 더 천천히 크길 바라는 내 바램과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부쩍 성장하고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가는 아이를 발견한다. 어느 날 저녁 문득 아이의 얼굴을 보면, 땡글땡글했던 눈망울도 어느 새 깊어져있고, 책을 읽는 모습도 어른스러워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어, 아이에게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치열하게 살아도 보통으로 살기도 어려운 시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게 왠만한 재능보다 낫다는 불확실성의 시대, 용을 쓰더라도 부모보다, 아니 부모만큼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갖게 하는 시대. 


시대의 큰 흐름을 부모의 힘으로 바꿀 순 없다. 적어도, 삶은 팍팍하더라도 기대어 힘을 얻을 수 있는 그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네가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읽을 거라 생각하고 태윤이에게 하고 싶은 마음 속 이야기를 적는다. 

어떤 이야기는, 눈을 마주치며 다감하게 건네는 말보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써서 전달하는 것이 낫다. 

 



공부해라. 성실하게. 그리고 성취감을 맛보아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네가 무엇을 하든 필요한 경험이다. 작은 성취감부터 시작하자. 오늘 9시에 일어났다면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보기. 받아쓰기에서 70점을 받았다면, 다음에는 똑같은 것을 틀리지 않고 한 문제라도 더 맞아 보기. 한 글자가 두 줄을 차지하고 종종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악필 글씨를 하나씩 또박또박 써보기,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너가 아는 것을 가르쳐 주면서, 할 수 있는 한 필요한 도움을 주기. 오늘 풀었던 국어와 수학 하루치 역시 이런 의미에서 작은 성취감이고 성실함의 편린이었다. 


성취감이라는 게 대나무처럼 한 뼘씩 정직하게 자라면 좋으련만, 종종 실패와 시련이 겨우 키워놓은 성취감을 무참히 밟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말아라. 뿌리가 뽑혀도 다시 심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느리더라도 네 속도로 하면 된다. 


꼭 공부만을 통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나요? 라고 물을 수 있다. 여기의 공부를 꼭 학교 공부라고만 생각했다면, 그것도 선입견이다. 세상 그 자체,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 같은 하루하루가 다 공부하는 것이다. 건강한 호기심으로 배우는 마음으로 알아가는 것, 공부의 시작이다. 




사랑해라. 너 자신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그리고 네 주변 사람들도 사랑해라. 사랑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했을 때, 이십 대의 엄마는 코웃음을 쳤다. 실력과 돈이 살 수 있는 이유다, 라고도 했었다. 

지난한 과정을 겪다보니, 실력은 상대적이고 운도 있어야 실력이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돈은 있다가 없다가 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실력과 돈이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가 너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도 너를 사랑하게 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세상을 사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라는 것. 

이건 진리다. 엄마말을 믿어보렴. 



열심히 성실하게 세상을 공부한다고 해도, 열정을 갖고 덤빈다 해도, 다 이룰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열심히 성실하게 세상을 공부하지 않으면, 열정을 갖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엄마도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그래서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 


아이야, 공부해라, 성실해라, 사랑해라. 그리고 너의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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