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으면, '맛집'이란 검색어로 주로 찾아다닌다. 굳이 비싼 돈 내며 미슐랭을 찾지 않아도 갈 곳이 넘치고, 미슐랭이라고 하면 왠지 돈은 돈대고 내지만 내가 원하던 그 맛이 아닐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파리에서도 '맛집'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에 더해 미슐랭이라는 키워드 역시 알아두어야 한다. 왜 알아야 하느냐고? 그걸 쓰려고 한다.
첫 타자로, 미슐랭 레스토랑 중에서도 별 3개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대망의 '피에르 가르니에 (Pierre Gagnaire)'를 방문했다. 올해 72살인 할아버지 셰프인 피에르 가르니에가 운영하는 곳이고, 서울 롯데호텔에도 있어서 더 잘 알려진, 그런 미슐랭 레스토랑의 조상 같은 그런 곳이다.
피에르 가르니에의 말로 시작해볼까 한다. "사람들은 결국 접시에 담긴 음식으로 나를 판단한다." "요리는 내가 존재하는 방식이면서 끝없이 존재하는 방식이며 끝없는 탐구와 창작의 대상이다."
재료에 대한 존중과 창의성
먹자마자 진짜 맛있다를 연발하며 게걸스럽게 먹는 먹방에 익숙해 있었다. 직관적/주관적으로 얼마나 맛있는지가 그동안 한국에서 살 때 초점이었다면, 그의 요리는 색과 선의 조화를 강조하며 제철 싱싱한 식재료로 정직하고 본연의 맛을 고수한다. 어린 송아지 고기를 메인으로 주문했는데, 자르는 모양도 사진처럼 케익처럼(?) 한 조각씩 정성껏 잘라준다. 다 구운 뒤 지글지글 거리는 무쇠솥을 나에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냄비 뚜껑을 열어 보여주는 그 '과정'이 이걸 더 맛있게 느끼게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미슐랭 레스토랑 음식들의 특징 중 하나는, 창의성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오감을 다 쓰는 일이라고 한다. (그간의 나는 위장을 만족시키기 위해 주로 먹었던 것 같지만)
보는 것, 혀가 느끼는 것, 만지는 것, 냄새로 느끼는 것, 그리고 소리까지 다 쓴다고 한다. 감자칩 먹는데 바삭! 하는 소리가 없으면, 그 감자칩은 맛이 없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먹는 것은 오감과 두뇌가 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 오감을 먹으면서 쓰도록 만드는 요리가 미슐랭 레스토랑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먹는 내내 음식, 재료, 서비스, 인테리어, 와인과의 페어링에 대해서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코스 요리를 다 먹고 나서도 짜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점심으로만 20개의 접시를 해치웠는데, 다 먹고도 안 짜다.
(프랑스는 소금이 유명하고 다양한 종류의 소금을 구할 수 있는 반면, 정부에서 바게트에 넣는 소금의 양도 정해줄 정도로 소금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고 한다.)
이걸 먹어야 하나? 우선, 사진을 찍어야 하나? 글을 써야 하나? 나도 구할 수 있는 이 재료들로 어떻게 이런 형태, 맛을 만들까? 장인정신이다. 그러면서, 순간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먹기 아깝다. 먹히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감사히 맛나게 먹는다.
서비스.
흐르는 시간과 그 어떤 불편함도 잊게 하는 마법같은 서비스:
테이블에 앉으려고 할 때, 3명의 홀 직원이 순식간에 나타나서 3명의 의자를 빼주고 앉도록 도와줬다. 이때,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은 앉는 타이밍과 의자를 밀어주는 타이밍일 딱딱 안 맞을 때가 있는데, 세 명 모두 자연스럽게 앉았다. 작은 서비스같이 보이지만, 상대방에게 집중할 때 가능한 서비스.
그날따라 나는 조금 일찍 나와 다른 행선지로 갔어야 했다. 그래서 친구는 full course를 시키고, 나는 main 요리만 주문했다. (물론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166 euros) 그리고 초반에 나는 1:40에 일어나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기가 막히게 시간을 딱 맞춰서 모든 요리(20개의 접시)를 내왔고, 5 courses를 먹은 친구와 메인 요리가 나오는 속도도 맞춰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