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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과장은 표정이 왜 저래?

by 단호박

박과장은 늘 말수가 적고 표정이 무거웠다. 회식 자리에서도 중심보다는 주변에 머물렀고,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기보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편이었다. 그는 무례하지도, 불성실하지도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벽이 느껴졌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에 책임감이 강했다.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채우려 애썼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늘 긴장 속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 노력의 이면에는 하나의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약한 모습이 보일까 봐’라는 마음이었다.


그 두려움은 점차 그를 딱딱하게 만들었다. 실수도, 질문도, 심지어 웃음도 조심스러워졌다. 웃기기보다는 무던하게, 친해지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을 점점 단단한 껍질 안에 가두어 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딱딱한 표정만을 보았다. “성격이 차갑다”거나 “유머 감각이 없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채, 그는 점점 더 고립되어갔다. 타인의 시선이 두렵고, 스스로의 약함이 싫었던 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바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종종 강함을 보여야만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약함을 감추려는 삶은 우리를 점점 외롭게 만든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드러낼 때, 우리는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따뜻하게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다.


박과장이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아니 웃어도 괜찮다고 느끼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의 마음에도, 그의 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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