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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무엇을 해야 했을까

by 단호박

어느 겨울, 새벽 공기는 살을 에듯 매서웠다. 복지관으로 출근하던 길,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한켠 버스정류장에 낯선 어르신 한 분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 어르신은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얇은 점퍼 하나를 걸친 채, 배를 움켜쥔 모습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단지 안에서 근무한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눈을 마주치자 어르신은 어딘가 느린 말투로 중얼거렸다.


“어제… 아무것도 못 먹었어… 너무 추워…”


그 말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마치 오래된 외로움이 묻어나는 메아리 같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줄 모르는 사람, 세상과 조금 엇박자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그 속에 담겨 있었다. 며칠째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삶. 그 모습 앞에서, 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저릿해졌다.


나는 먼저 어르신을 복지관으로 모셨다. 따뜻한 상담실에 앉히고, 급식서비스로 공복부터 채워드렸다. 상담을 통해 확인해보니, 지적장애로 최근 보호자 없이 단지에 전입해 홀로 지내고 있었고,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서툰 분이었다. 나는 곧바로 긴급 식료품과 무료급식 배달, 독거노인 맞춤형 돌봄서비스, 그리고 장애인 복지서비스 연계 절차를 진행했다. 또한 지역 건강센터와 협력해 정기 방문 건강관리까지 연결했다. 이제 이 어르신은 더 이상 배고픔과 추위 속에 방치되지 않게 되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떨고 있던 낯선 얼굴은, 그날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지금 이 순간, 너는 무엇을 하겠니?”


사랑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눈앞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그 삶에 닿을 수 있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의 문을 열어주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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