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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후회

2024년 1월 13일 월요일 갑진년 정축월 임오일 음력 12월 14일

by 단휘

후회 없이 살길 바랬으나 결국엔 그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 건 아니더라. 이 선택을 하든 저 선택을 하든, 심지어는 아무 선택도 하지 않더라도, 그 어떤 경우라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 못하겠다.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은 일부터 이해관계자에게 부채감을 느끼는 일까지, 그 정도는 다르지만 말이다. 결국 난 어떤 선택을 했어야만 하는 걸까.


지나간 일에 대해 아쉬운 점을 토로하며 물고 늘어지면 한도 끝도 없다는 건 나도 안다. 그러니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 상황에서의 최선을 찾는 편이 낫다는 건 안다. 하지만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느끼고 행동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매몰되지 않으려고 했던 순간들에 매몰되고, 붙잡지 못할 이야기를 갈망하고, 내려놓아야 할 것에 집착한다.


양자택일의 선택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방향에 대해 한참이나 신경 쓰게 만든다. 답이 명확한 문제라면 선택의 순간을 반추하다가도 내가 내린 결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미 답을 내린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이의제기를 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그 어떤 답도 찾지 못한 채 중립을 선언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중립의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마저 그렇게 선택으로부터 도망치기도 한다. 언제까지나 도망치기만 할 수는 없는데 말이다.


깊게 생각할수록 신중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선택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어느 선택지를 후회할 걸 알면서도 선택하는 녀석이 되어 버린다. 그러지 말고 긍정적인 걸 봐야지, 긍정적인 걸. 나의 선택으로 인한 후회보다는 이점을 봐야지. ―따위의 말은 결국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 너무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 사고방식이 몸에 밴 걸까. 그런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걸까.


결국에는 완전히 후회 없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 모든 선택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의미 있는 선택이었으면 좋겠다. 최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모쪼록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이었으면 좋겠다. 분명 그런 선택일 거라는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필요한 순간에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아는 녀석이 될 수 있을 텐데. 단기간에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 후회할지라도 도망치지 말고 선택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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