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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흐름

2025년 1월 21일 화요일 갑진년 정축월 경인일 음력 12월 22일

by 단휘

흐름을 쫓아가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시간의 흐름도, 상황의 흐름도, 대화의 흐름도, 그리고... 다들 너무 빠르게 흘러가 버릴 때가 있다. 우리가 언제 여기까지 도달했는지, 여긴 어딘지, 그 흐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아무것도 판단하고 싶지 않아지기도 한다. 우리는 결국 그 모든 이야기 속에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이야기 속에 놓치고 사는 것도 많은 것 같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뒤늦게 돌이켜 보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때로는 아쉬웠던 기억이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기도 하다. 스쳐 지나가는 멜로디처럼.


그냥 별거 아닌데 하필 내가 못되게 굴었던 그런 날들만 더 선명해
그냥 별거 아닌데 세월 훌쩍 지나서 이마저도 추억되면 그땐 웃으며 보자
― 「별거아냐」, 은하연합


어제는 오랜만에 CD 플레이어를 꺼내 보았다. 10대 후반의 나는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늘 가지고 다니는 녀석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음악 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게 되었다. 이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떤 시기에는 세상과 단절하여 귀를 틀어막기 위해 음악을 듣고 있었고, 또 어떤 시기에는 그 멜로디가 나의 불안을 자극했다. 이제는 대체로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지만. 하지만 오랜만에 들은 음악은 강렬하긴 했다. 음악을 듣다 보면 하나의 음반 내에서도 상대적인 호불호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종종 그런 거 없이 전체적으로 모든 구성에 거를 타선이 없는 음반이 있다. 보통 그런 음반 중 끌리는 것 하나를 골라 듣는 편이다. 어제의 나의 외출을 함께한 SKY 2집이 그러했듯이.


무언가를 놓치고 살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그걸 신경 쓰느라 또 다른 걸 놓치고, 어느 순간 보면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마저도 놓치고, 결국엔 무엇이 남아 있는 걸까 싶어지기도 한다. 보통은 잃어버린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남아 있는 것과 새롭게 얻은 것을 보지 못하는 거지만. 남아 있는 것에 집중하고 새롭게 얻은 것을 받아들이며 살기란 쉽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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