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2일 수요일 갑진년 정축월 신묘일 음력 12월 21일
포장된 선물을 받았을 때 포장지는 버려도 그것을 묶은 리본끈은 잘 버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유를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그런 편이었다. 물론 받은 선물은 많지 않고 그중에서도 리본끈으로 포장된 선물을 더더욱 많지 않았기에 엄청나게 쌓여 있다거나 하진 않는다. 그저 나만의 작은 컬렉션처럼 구석에 살짝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가끔은 괜찮은 퀄리티와 괜찮은 길이의 리본끈이 있다면 머리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고무줄이 아니라 끈으로 머리를 처음 묶어본 것은 10대 후반이었던 것 같다. 정확히는 고등학생 무렵, 탄성이 있으면서 고리 형태가 아니라 끈처럼 되어 있는 머리끈을 세 개씩 묶어서 팔고 있어서 머리 긴 학생들 중 일부는 유행처럼 그것을 사용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그런 방식의 머리끈을 처음 인지하게 되었고, 탄성이 없는 리본끈으로 머리를 묶은 건 그보다 몇 년 더 지난 후의 이야기다. 아마 퀴어문화축제에서 무지개 리본끈을 머리에 묶었던 게 그 시작이었지 않았나 싶다.
고등학생 때의 탄성이 있는 끈으로는 높게 묶은 포니테일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리본끈은 아무리 세게 묶는다고 해도 머리카락을 꽉 잡아주지는 못하기에 할 수 있는 스타일에 제약이 있기는 하다. 나는 주로 하나로 낮게 묶거나 반묶음으로 묶곤 한다. 일반적인 머리끈을 사용할 때에는 활동적인 느낌으로 높게 묶은 반묶음을 선호하지만, 아래로 묶은 반묶음이 주는 특유의 차분함도 나쁘지 않더라. 아래로 묶은 반묶음을 할 때는 왠지 머리끈보다 리본끈을 조금 더 선호하게 된다. 그냥 내가 그런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일부 생머리의 경우 리본끈으로 머리를 묶으면 잘 고정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경우도 있다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렇게 유의미하게 흘러내리는 것은 별로 경험해 보지 못한 것 같다.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고, 머리끈이 없을 때 쓸 만한 적당한 길이와 재질의 끈이 있다면 그것을 머리끈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언젠가의 선물에 사용되었던 리본끈을 머리끈처럼 묶고 다니기도 한다. 요즘 즐겨 쓰는 초록색 리본끈도 작년 상반기에 받은 선물에 있던 것이다. 그리고 머리끈 통에 '나도 머리끈이오' 하고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는 리본끈도 두어 개 있다.
의외로 길이와 두께, 색감, 재질 등의 조건이 괜찮으면서 과한 느낌이 들지 않아 머리끈으로 사용하기 좋은 리본끈은 많지 않더라. 포장용의 경우 색이 튀는 경우도 종종 있고, 뭔가 애매한 녀석들이 있다. 그래도 다들 리본을 묶기 위해 존재하는 녀석들이라 잘 풀리는 재질은 없지만, 반대로 잘 안 풀려서 풀 때 조금 거슬리는 녀석은 가끔 만나본 것 같다. 사실 무엇보다 '내 취향에 맞는가'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그 조건만 통과하면 나름 애용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