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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공개

2025년 2월 5일 수요일 을사년 무인월 을사일 음력 1월 8일

by 단휘

어떤 이야기는 특정 누군가에게만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그 사람에게조차 하지 않은 채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 두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사람에게 했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알고 있을 때 미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비밀까지는 아니어서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지만 살짝 거슬리는 정도? 물론 특정 누군가에게만 하는 이야기에 대해 그렇다는 사실을 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으니 그 사람 입장에서는 말해도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겠지만 말이다.


때로는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잘 안 하는 이야기도 있다. 가끔은 그렇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정보와 닿아 있는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가기도 하는데, 공개하는 것 이상의 정보를 알려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글쎄요, 어떨까요?" 라는 식으로 유추해 봐도 좋다는 티를 내는 경우에는 더 파고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라는 식으로 대답을 회피한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 그렇게 대답을 회피한 내용에 대해 서너 번씩 되묻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언행은 나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든다.


심지어는 "비밀입니다" 라고 공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그래도 궁금한데" 하면서 캐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두 명 정도 생각난다. 왜 그렇게까지 알고 싶어 하는 건지. 아무리 궁금해도 상대가 불편해하면 그 호기심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어쩌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인 것일 수도 있겠다.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부족한 이들에게 보통 사람만큼의 무언가를 바라고 있던 걸까.


정말 말 못 할 이야기라서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사실은 크게 상관없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지나치게 관심 갖는 것은 사절이다. 나중에 알고 보면 "뭐야, 고작 저런 걸 비밀이라고 숨기고 있던 거야?" 할 만한 내용도 많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당장은 밝히고 싶지 않은 정보니까 말이다. 그런 정보를 자꾸 캐묻는다면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 사람에 대한 불편함으로 이어지고 그를 거부하게 될 것만 같다. 사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정말 느끼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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