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기록

2025년 2월 25일 화요일 을사년 무인월 을축일 음력 1월 28일

by 단휘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학생 때 벨로그에 공부 및 프로그램 참여 기록을 자주 남기는 편이었고,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하루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적던 때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자기 전에 "오늘 뭐 했더라?" 하다가 적당히 아무 말이나 늘어놓는 일이 늘어나긴 했다. 지난 연말부터는 보다 생산성 있는 삶을 살아보고자 작은 노트에 하루 계획을 가볍게 작성하고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를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 올해로 넘어오면서는 다이어리에 좀 더 형식을 맞춰 작성해 보기로 했다.


언제부터 기록을 즐겼던가. 지금은 내 삶의 역사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초등학생 때부터 쓰던 네이버 블로그가 그 시작이었을까. 더 이상 일기가 숙제가 아니게 된 중학생 때부터 내 마음대로 쓰고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 쓰기를 즐겼던 것 같기도 하고. 구체적인 계기야 뭐가 되었건 대략 10대 초중반부터 기록을 남기는 삶을 살았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는 정신건강이 악화되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다이어리에 일기나 다른 형식의 하루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고 보면 반대로, 언제부터 기록을 남기지 않았는가. 청년이음센터에서 블로그를 하는 청년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큼직한 활동 기록만 인터넷에 게시할 뿐 개인적인 일일 기록은 남기지 않고 있었다.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는 게 재밌어 보여서 나도 남기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다음 해로 넘어가며 적당히 대중적이며 접근성 높고 가볍게 끄적일 수 있는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또 다음 해로 넘어가며 인스타그램은 가볍게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으로 남겨 놓은 채 보다 사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다이어리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재에 도달했는데, 처음의 블로그 하는 청년을 마주치기 전의 휴식기가 6~7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지원사업 면담 같은 데서 언급하는 고립은둔 시작 시점과 대충 맞물린다. 생각해 보면 세상을 마주할 정신적 여유가 안 되었을 때나 일상을 기록할 정신적 여유가 안 되었을 때나 고 놈이 고 놈일 것 같긴 하다.


나름 꾸준히 기록을 남기고 있는 요즘도 완전히 매일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이것저것 하러 다니다 보면 만 걸음은 기본으로 채워지기에 만 걸음 이내로 걸은 날은 기록할 만한 무언가가 없다고 간주하여 기록하지 않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차를 타고 이동한다거나 하면 이것저것 했는데도 만 걸음이 안 채워지는 날도 종종 있긴 하더라. 그런 날에도 관성적으로 생략하곤 하지만 말이다. 워낙 도보와 지하철 환승만으로 만 걸음이 채워지는 게 일상이다 보니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예외 처리가 안 되어 있다. 다이어리의 경우, 그냥 기록을 놓치는 날들이 있다. 내 상황과 정신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쾌적한 컨디션으로 생활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기록의 양부터가 많이 다르다. 때로는 날짜조차 작성되지 못한 날도 있다. 모쪼록 최대한 채워 나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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