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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휴식 2

2025년 3월 3일 월요일 을사년 무인월 신미일 음력 2월 4일

by 단휘

알람은 다섯 시 반 한 번뿐이지만, 웬만해서는 그 알람을 놓치지 않는 편이다. 다만, 그 알람을 듣고 일어날지 말지 판단하는 건 그날 아침을 살아가는 나의 몫이다. 오전에 일정이 있는지, 오늘 할 일이 많은지, 잠을 자긴 했는데 여전히 피곤한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일어나거나 알람만 끄고 다시 드러눕는다. 오늘은 아침 일과에 대한 테스트를 기술교육원 입학 당일 실전으로 떠넘긴 채 다시 드러누워 버렸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앞으로 며칠 동안은 어찌 되었건 일찍 일어나야 하니 늘어질 수 있는 건 오늘뿐이다. 주말에 늦게 일어나는 직장인의 심리를 알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나 나름대로의 휴식인 것 같다. 누군가는 숏폼 영상을 보며 쉰다고 하고 누군가는 게임을 하며 쉰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식의 휴식은 잘 안 되더라. 게임은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보내면서 정신을 환기시킬 수 있지만 방향성만 달라질 뿐 에너지를 소비하긴 한단 말이지. 한창 게임을 많이 하며 살 때도 일상생활을 하지 않아 생기는 잉여 에너지를 게임에 쏟고 있었을 뿐이고 말이다. 거기서 회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마주함으로써 회복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건가? 그런 거라면 이해는 간다. 부정적인 마음을 키우다가도 좋아하는 것을 마주하면 괜히 헤실되게 되는 건 나도 느껴 봤으니까.


제시간에 일어나면 다섯 시 반에서 여섯 시 정도지만, 좀 더 쉬다가 일어나면 보통 일곱 시에서 여덟 시 정도인 것 같다. 그러니까 기술교육원 다니는 동안에도 아침에 일어났는데 좀 더 쉬고 싶으면, 이런 글을 쓸 여유는 되지 않아도 빠르게 준비하고 나가면 지각은 안 하는 시간대다. 그래도 이왕이면 아침 루틴을 지키고 싶으니 너무 미적거리지는 말아야지. 몇 해 전인가 이것저것 많이 하러 다닐 때에는 자려던 시간에 하던 거 잘 중단하고 잘 자며 체력 관리를 잘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 '중단'이라는 게 잘 안 된다. 잘 시간을 넘겨서까지 하던 걸 마저 하려는 성향이 생겼다.


그냥 자버리는 것 말고는 평소에 사용하고 있는 휴식 수단이 없다 보니, 잘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잘 쉬지 못하는 것 같다. 괜히 릴스를 넘겨 보다가도 몇 개 보다가 화면을 꺼버린다. 얼마 전에는 청년 분들이랑 대화하다가 언젠가 유튜브에서 구독하는 채널이 있었는데 매주 챙겨보다가 어느 순간 지겨워져서 유튜브 접속 자체를 안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다들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점점 구독하는 채널이 늘어나지 않냐며 어떻게 유튜브가 지겨워질 수 있냐고 하더라. 롱폼이고 숏폼이고 영상 매체는 나에게 그 정도 영향력밖에 갖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뭔가 보통 사람들하고는 확실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게 있다. 하여간 잘 수 없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센터에서 쉬고 싶을 땐 어떻게 했더라, 하고 생각해 보니 빈백에 드러누워 자다 일어났다. 아니면 자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눈 감고 누워 있으면 훨씬 낫더라. 그렇게 신체를 절전모드로 만들고 휴식을 취한다. 일단은 현재로서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최적의 휴식은 수면인 모양인데, 좀 더 괜찮은 무언가를 찾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명상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난 평소에는 잘 돌아다녀도 쉬고 싶으면 안 나가져서 산책은 어려울 것 같고, 이걸 탐색하는 것도 쉽진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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