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6일 목요일 을사년 기묘월 갑술일 음력 3월 7일
가끔 사람들과의 갈등을 겪은 후 나에게 찾아오는 지인들이 있다. 이제 한 서너 명쯤 된 것 같다. 소문에 휘둘리기보다는 아무렴 어때 하고 넘어가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유독 나에게 찾아오는 건지, 아니면 다수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저 그들 중 하나였을 뿐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들이 겪은 갈등에 대해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그 어떤 사건과 그들에 대한 평판만으로 그들을 내치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지만, 난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남들 평판 같은 건 관심 없다. 어디에서 문제를 일으켰건, 은둔 계기가 불법적인 것과 관련 있건, 혹은 안 좋은 쪽으로 소문나 있을 때 그 사실 여부가 어찌 되었건 싹 다 내 알 바 아니다. 그런 것들은 그 사람에 대한 내 태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야 어찌 되었건, 나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에 그를 내 삶에서 지워버리려고 할 뿐이다.
애초에 완전한 선과 완전한 악이 얼마나 있을까. 우린 다 그 스펙트럼 어딘가에 존재하며 어떠한 영역에서는 나 또한 나도 모른 채 빌런이 되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 선이라고 하고 어디까지 악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영역에서는 선이지만 어느 영역에서는 악일 수도 있다.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절대적인 선악을 구분 짓고 무조건 배제하는 건 나의 무의식이 거부한다. 난 그러고 싶지 않다. 악으로 규정된 채 배제되었던 언젠가의 이야기와 닿아 있을지도 모르지.
나 또한 선과 악의 스펙트럼 어드메에서 온전히 좋은 녀석은 아니다. 그렇기에 어딘가의 박 모 씨와 정 모 씨 같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를 하는 거겠지. 그들이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든 내가 인지하지 못한 어떤 맥락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별소리 안 하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나 또한 누군가에 대해 대놓고 불편한 티를 내고 다니니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려고 했던 건, 더 나은 사회로의 방향성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한테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누가 범죄를 저지르든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든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거냐?" 하는 논리로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차별과 혐오에는 반대한다. 내 주변 사람들이 그런 언행을 하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그의 태도와 가치관에 대한 부정을 그 사람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끌고 오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것저것 변명하느라 에너지를 쏟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게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막지는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