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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참 오랜만에 듣는다

1주 차, 오리엔테이션과 본격적인 수업을 위한 준비

by 단휘

운전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가다 보면 강동역에서는 이번 열차가 하남검단산행 열차임을 강조하곤 한다. 적어도 내가 서울동부기술교육원으로 향했던 날들 중 과반수는 그랬다. 마천행 열차와 하남검단산행 열차 중 잘못된 열차를 타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7시 50분이 조금 넘었을 때 집을 나서면 지하철역에 도착했을 때 하남검단산행 열차가 역에 도착했다는 문구를 마주하곤 한다. 조금만 일찍 나왔으면 저걸 탔을 텐데, 하면서 10분을 기다려 다음 열차를 탄다. 50분이 되기 전에 나가야지 하면서도 지난 나흘 동안 이를 실천해 본 것은 첫 날뿐이었다. 10분을 기다려서 지하철에 타면 8시 50분쯤 서울동부기술교육원 창조관에 도착한다. 뛰지 않아도 지각을 하지 않는 마지막 열차인 것이다. 아침에 정신적 여유가 생기면 50분이 되기 전에 나가서 여유롭게 수업을 준비해야겠다.


첫 주는 대체공휴일로 시작하여 나흘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첫날은 학과 OT가 진행되었으며, 교육원 생활 안내, 학과 커리큘럼 안내, 자격증 및 취업처 안내,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와 같은 서류 작성 등으로 구성되었다. 대충 컴퓨터실에서 신을 실내화를 가져와서 배정된 사물함에 넣어 놓으라거나, 조만간 지문 등록을 하여 그것으로 출결 인증을 할 것이라거나 하는 이야기였다. 작성해야 하는 서류는 훈련생 고유 식별용 자료와 취창업지원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그리고 출결 관리를 위한 지문 인식 동의 등이었다. 4월에는 단체로 GTQ 시험을 볼 수 있게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이왕이면 한 번에 딸 수 있게 실습을 잘 따라 해야겠다.


디자인 툴뿐만 아니라 컴퓨터 전반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어서인지 Windows 키나 ctrl/shift/alt 키를 이용한 여러 단축키에 대한 설명이나, URL 구조, 운영체제 아키텍처와 같은 컴퓨터 일반에 대한 설명도 많았다. 초반에는 한동안 그럴 것 같더라. 교재는 조만간 나온다고 하더니 아마 다음 주에 주실 모양이다. 교재 외에도 몇 가지 추천 도서를 소개해 주셨다. 실습 시간은 따로 줄 테니 설명할 때는 설명에 집중하라거나, 복습을 잘하고 특히 주말 동안 잊어버리지 않게 주의하라는 등의 수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이번 주에는 Photoshop과 Illustrator의 구성을 살펴보고 약간의 기능을 살펴보았다. Illustrator의 경우 path니 segment니 handler니 하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용어가 많이 등장하여 많은 것을 건드려 보기보다는 그런 기본 용어들에 대해 집중해서 설명을 하셨다. 그런 용어들이 인지가 안 되면 아무것도 따라갈 수 없을 테니 진도를 나가기보다는 그것들을 제대로 익히라는 취지인 것 같다. 반면 Photoshop은 좀 더 이것저것 건드려 보았고, 금요일에는 수요일, 목요일 동안 배운 것을 기반으로 간단한 배너 광고를 따라 만들어 보는 실습도 진행했다.


금요일에는 실습용 소프트웨어 설치 방법 및 FTP 서버 이용 방법을 안내받고, 다음 주부터 출결에 활용될 지문 등록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컴퓨터에 어느 정도 익숙한 나로서는 소프트웨어 설치 방법을 이렇게까지 긴 시간을 들여 설명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 와중에도 설치와 관련된 질문을 하시는 분이 있는 걸 보고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시간이겠구나 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녀석들 사이에 있었어서 당연시하고 있던 많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더라. SSH로 서버에 접속하고 SCP로 서버에 파일을 올리던 녀석이니 FTP 서버 이용 방법 같은 건 가볍게 넘어가지만(일단 GUI잖아? CLI가 아니잖아?),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주 단위로 과제가 나올 것이며 그 과제를 FTP 서버로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이번 주는 특별한 과제는 없고, 배운 거 복습하면서 단축키 익히고 소프트웨어 구성을 살펴보며 이것저것 건드려 보라고 하신다. 일단은 크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 Photoshop으로 광고 배너 따라 만들기 실습을 하면서도 느낀 건데, 확실히 Adobe 제품군 사용 경험이 없을 뿐, Figma나 GIMP, Inkscape를 이미 접한 상태였다 보니 완전히 처음 하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금방 따라가는 것 같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제는 사라진 두더집 커뮤니티에서 재능 기부를 통해 Photoshop을 좀 배웠던 것도 아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약간은 우매함의 봉우리에 위치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는 내용이라고 흘려 넘기지 말고 놓치는 내용이 없도록 잘 따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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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는 위와 같이 미리 복사-붙여넣기로 만들어 놓은 노션 페이지에 노트 필기를 하고 있다. 정확히는 일정 관리 데이터베이스에서 필터를 통해 기술교육원 페이지들만 따로 모아놓은 것이다. 가만히 수업을 듣다 보면 멍 때리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정리하면서 수업을 들으면 좀 더 집중하게 되더라. 언젠가 기억이 잘 안나는 부분이 있을 때 살펴볼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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