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기술교육원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 입학
내 삶에서의 두 번째 면접을 마주했다. 20대 중후반이 되도록 이렇게 면접 경험이 적은 녀석은 얼마 없을 것이다. 첫 번째 면접으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지난가을의 미래내일 일경험에서 기업 매칭을 하며 했던 면접이었다. 대학 입시 때도 면접이 없는 전형으로만 지원했고, 이후 아르바이트에 지원했을 때도 항상 면접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서류 탈락으로 끝나 면접이라는 것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또 옷은 어떻게 입고 가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더라. 입사 면접도 아니고 기술교육원 면접이기에 아주 딱딱한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가도, 그렇다고 너무 캐주얼한 것도 아닐 것 같고. 여러 모로 쉽지 않은 일이다.
면접 일정은 지원 마감일 저녁에 문자로 안내되었다. 17일 월요일부터 19일 수요일까지가 면접 기간이었는데, 17일 10시에 동부기술교육원 창조관 3층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에서 면접을 보면 된다고 연락이 왔다. 9시쯤 집에서 출발하니 50분 언저리에 도착했다. 대충 한 시간쯤 잡고 다니면 될 것 같은데, 5호선 갈림길에서 어느 방면 열차를 마주치는지에 따라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운행 시간표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람은 꽤 많았고 연령대도 다양해 보였다. 청년취업사관학교에는 20대 30대가 많고 기술교육원에는 40대 50대가 많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지만, 네 명씩 들어가는 면접에서 두 명이 부모님 세대인 걸 보니 새삼 그게 실감 났다. 나머지 한 명도 나보다 10살 정도 많더라.
함께 면접을 본 다른 세 명은 다들 기존에 하던 일이 있었기에 직장 다닐 때 무슨 일을 했는지와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나는 이렇다 할 경력이 없고 대학 졸업한 것과 작년에 참여한 미래내일 일경험이 전부였던지라 나에겐 말을 잘 안 거시는 것 같았다. 애초에 10분 정도의 면접 시간에 커리큘럼 소개가 포함되어 있어 문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도 했다. 당락을 칼같이 구분하기 위해 하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곳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이 사람이 배우고 싶은 내용과 일치하는지, 배워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살펴보는 면담에 가까웠다. 그래서 면접 대기실에서는 긴장되었지만 면접을 마치고 나와서는 꽤나 편안한 마음이었다. 잘 봤다 못 봤다 할 것도 없는 느낌이라 누군가 후기를 물어보면 별 얘기 안 했다는 정도로 가볍게 이야기했다.
흥미로운 점은, 함께 면접을 본 네 명 중 세 명이 출판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불황을 외치는 출판 업계에 다들 왜 들어서려 하는 거지? 나야 밑바닥부터 새로 구축하기보다는 일단 가진 걸 조합해서 뭐라도 이루어 보고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가진 걸 조합해 보니 이 분야가 나왔을 뿐이지만. 반드시 출판 업계로 가야겠다는 집념 같은 건 없어서 출판 업계를 기웃거리다가도 누가 디자인 직군으로 뽑아준다고 하면 기꺼이 취업해 버릴 것 같다. 저들은 돈 벌 거 다 벌고 이제는 돈벌이가 안 되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출판을 외치는 걸까 싶기도 하고.
하여간 면접으로부터 나흘이 지난 21일 아침에 합격 문자가 왔다. 13시까지 등록 답장을 보내야 등록이 완료된다나. 첫 주는 대체공휴일 하루 쉬고 화요일부터 시작하는데, 3월 4일 화요일은 학과 OT가 진행되어 조금 일찍 끝난다고 한다. 오전 포토샵 수업, 오후 일러스트 수업으로 시작하여 몇 주 동안 그것들을 공부하고 등등의 간단한 커리큘럼에 대한 소개는 면접 때도 들었지만 학과 OT 때에는 좀 더 구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을 듣고 실습을 하며 배워 나가는 동안, 배우고 느낀 점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무엇을 배웠는지 기술과 기능에 대한 내용을 세세히 적기보다는 어땠는지 위주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남기면 좋을지는 수업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어떻게든 나의 감상을 남기고 싶다. 나중에 돌아보며 나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 어쩌면 기술교육원에 다닐지 말지 고민하는 누군가가 보고 참고할 수도 있겠지. 수업도 기록도 모쪼록 유의미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