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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신나는 수업을 주장한다

3주 차, 기초 지식을 활용한 결과물 만들기

by 단휘

“공대면 전망 좋지 않아요? 그쪽으로 가지, 왜.”


옆자리 분으로부터 들은 질문은 평소에도 흔히 듣는 말이긴 하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네카쿠라배인지 뭔지를 언급하며 나에게 취업 경험이 전혀 없음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 원서를 넣으면서도 개발자가 될 생각이 없던 녀석으로서는 그저 적당히 흘려 넘길 뿐이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던 고등학생 때의 나는 전공을 살리고자 했을 때 전망이 좋은 학과가 무엇인지보다는 전공을 살리지 않을 경우 가장 써먹을 만한 게 많이 남는 학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많은 학과가 해당 분야로 가지 않는다면 전공 지식을 써먹을 데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컴퓨터공학은 어딘가에라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어느 분야나 IT가 접목되어 있다” 따위가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친화적인 환경과 공학적 사고가 인생 전반에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실제로 나에게 내 전공이 가진 의미는 그 정도로 남았다. 약간의 개발 지식이야 교양처럼 남아 있고, 간단한 코딩이야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으면 주변에서는 나를 컴퓨터공학도라기보다는 문과생으로 본다. 어찌 되었건 오랜 시간 컴퓨터와 노트북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왔고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다뤄왔기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접했을 때 거부감이 덜하다. 그런 성향이 낯선 디자인 툴을 사용하는 데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똑같이 배웠는데 주변 학생들이 생각 이상으로 헤매는 모습을 보니 이게 얼마나 유용한 역량인지 새삼 느끼게 되더라.


이번 주에는 Illustrator 시간에는 계속 진도를 나가고 Photoshop 시간에는 기초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당분간은 Photoshop 수업 시간에 GTQ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질 거라고 하더라. 교수님께서 먼저 설명해 주시고 따라 하는 방식으로 하다가 시간을 측정하며 각자의 취약점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디서 오래 걸리는지 파악하고 그 부분 위주로 역량을 강화하다 보면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거라나. 수업 시간에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역량에 따라 1급을 도전할지 2급을 도전할지 결정하면 된다는데, 2급 기출문제를 50분 컷 하는 걸 보시더니 1급 기출문제를 가져다주셨다. 급수 결정은 다음 주에 하는데 이번 주에 미리 1급 문제지를 배정받은 건 나까지 두 명 있었다. 이미 GTQ 1급을 가지고 있어서 GTQi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두어 분 있다는 모양이다.


지난주까지의 Illustrator 수업은 주어진 도면에 직선과 곡선, 그리고 도형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주에는 구체적인 대상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기본 도형을 조작하여 모양을 만들고 그라디언트나 블렌드 같은 기능을 이용하여 명암의 차이로 인한 원근감을 주기도 하며 실습을 따라 했다. 여전히 늘 헷갈려하시던 것들을 아직 헷갈려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고,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컴퓨터 번호는 자주 들리는 숫자가 몇 개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난 학교 다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나는 맨 앞자리, 그중에서도 교수자 바로 앞자리에 앉아 딴짓을 하는 녀석을 지향한다. 그렇다고 수업을 안 듣는 것은 아니고, 할 건 다 해놓고 딴짓을 하는 녀석을 지향한다. 수업 시간에 그런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나에게 수업은 유희가 된다. 일단은 즐기는 게 최고 아니겠나.


주변에서는 슬슬 할 만하냐는 질문이 들려온다. 청년기지개센터에서 만난 청년 분들도 물어보고 가족도 물어보고 다들 한 마디씩 물어본다. 난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수업 진도는 따라갈 만하고, 기출문제도 그럭저럭 풀 만한 것 같다. 금요일 오후에 1급 기출문제 처음 풀어 봤을 땐 기준 시간보다 20분 초과되었는데, path 다루는 데 익숙해지고 숙련도가 오르면 조금씩 단축되겠지. 어떤 분은 지난 시간에 배운 걸 벌써 까먹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난 그런 이슈도 겪지 않았고 그저 배우는 대로 익히고 있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게 다니고 있는 것 아닐까. Photoshop으로도 기초 지식을 활용한 결과물이 나오는 GTQ 문제 풀이를 하고 있고 Illustrator로도 구체적인 객체가 만들어지는 실습을 하고 있으니 이제 어느 정도 기초 수준은 넘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어렵다고 느껴진 부분이 딱히 없었다면 나름 이 분야랑 잘 맞는 것 아닐까 하고 주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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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hop 수업 시간에 했던 GTQ 문제 풀이 중 일부. 대충 50분 정도씩 나오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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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or 수업 시간에 했던 실습 중 일부. 각각 pattern 실습, Twirl 및 Gradeint 실습 Gradient 및 Blend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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