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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식사 2

2025년 4월 7일 월요일 을사년 경진월 병오일 음력 3월 10일

by 단휘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아침 식사보다는 조금 더 누워 있길 선택한다. 언젠가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 저녁을 먹는 사람이 점심을 거르고 아침 저녁을 먹는 사람에게 식사를 잘 챙겨 먹으라고 잔소리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하루에 두 끼 식사하는 건 둘 다 마찬가지인데 무슨 논리로 그렇게 잔소리하던 건지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뭐, 그 사람하고는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까 봐~" 화법으로 아닌 척 무시하며 비하하는 발언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연을 끊었지만.


나는 급식이 제공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로 아침 저녁 식사를 해 왔다. 점심 식사는 다른 시간대에 비해 왠지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라 자주 넘겼다. 아침 식사는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느낌이고 저녁 식사는 주로 일정과 일정 사이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만 그런 건진 몰라도 점심 식사는 그 시간이 좀 애매한 경향이 있었다. 하던 걸 중단하고 식사를 마친 후 이어가지 않으면 흐름이 끊기는 느낌. 대학생 때는 9시 수업을 마칠 때 학생회관에 들러 2천 원짜리 학식 김밥을 포장해 와서는 동아리방에서 할 거 하면서 몇십 분에 걸쳐 식사를 하곤 했다. 뭘 하면서 먹느라 김밥 한 줄 먹는 데 오래 걸린 건 아니고, 김밥은 소화가 잘 안 되어서 다른 거 병행 안 하고 순수하게 식사만 해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 다른 음식 먹듯이 먹으면 체하는 경우가 많더라.


고등학생 때까지는 부모님이 아침 식사를 차려 주시고 점심과 저녁은 급식으로 먹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대학교 진학하면서부터는 식사가 매우 불규칙해졌다. 주로 아침 식사로 냉동식품을 적당히 데워먹고 점심과 저녁은 학교에서 간단히 때웠다. 주로 저렴하고 간편한 것 위주로 먹고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러다가 3학년 때쯤 천 원 조식 사업이 시작되면서 1교시 수업의 유무와 별개로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삶도 코로나 유행과 함께 사라졌지만. 학교에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없게 된 후 다시 불규칙한 식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영향은 아직까지 이어진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일곱 시쯤 되면 이미 허기를 느끼고 있지만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점심때까지 버티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기술교육원에 다니며 점심 식사가 제공되니 그때까지만 잘 버티고 있으면 충분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식사 퀄리티의 편차가 크다는 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아침 저녁도 잘 챙겨 먹긴 해야 할 텐데,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건강한 식사가 뭐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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