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6일 수요일 을사년 경진월 을묘일 음력 3월 19일
우리의 계절을 어떻게 다시 정의할 수 있을까. 일단 초등학생 때 배우던 "4계절이 뚜렷함"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봄과 가을의 존재감은 약해지고, 눈을 맞으며 뛰노던 겨울은 살을 에는 추위에 밖에 나가기도 꺼려질 정도로 강해졌으며, 바람 불면 그늘 아래선 땀을 식힐 수 있던 여름은 그늘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벚꽃과 중간고사로 대표되는 이 봄날에 겨울과 여름을 오가고 있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경량패딩부터 민소매까지 다양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봄에도 날씨가 이랬던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정도로 극단적인 날씨를 오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난봄에는 뭐 하고 살았더라? 하반기에는 지원사업도 재개되고 일경험이라는 것도 해보고 이것저것 기억이 있는데 상반기에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이러이러한 걸 하던 때의 날씨가 어땠더라?" 하는 걸로 지난봄의 날씨를 떠올릴 수는 없겠다. 사실 그런 지표가 있어도 크게 영향력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면 날씨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지만 말이다. 3월 말에 받은 감사일기용 다이어리에도 날씨 표시칸이 있는데 그날의 날씨도 맑았는지 흐렸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비나 눈이 내리지 않으면 날씨에 대해 불확실함을 표하는 녀석이니 말이다.
요즘은 일기예보에 "비 또는 눈" 따위가 보이는 겨울에 가까운 날씨지만 곧 다시 따뜻한 계절이 올 것이다. 분명 몇 주 전에 이미 반팔을 입고 나가도 괜찮을 날씨가 되었던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놓고 다시 기온이 한 자리 수라니, 이렇게까지 왔다 갔다 해도 되는 건지. 이러다 더 이상 날씨를 예측하지 못하게 되어 버릴 것만 같다. 처음에는 꽃샘추위니 뭐니 하며 쌀쌀하다가 점차 날씨가 좋아지던 언젠가의 봄은 어디로 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계절만 남았나.
날씨가 아예 추운 거면 따뜻하게 입고 다니면 되는데 요즘은 어떻게 입고 다녀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일단은 따뜻함이 그리울 뿐. 여름이 따뜻할지 후덥지근할지 그건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에어컨으로 인한 건조함과 과도한 실내외 온도차보다는 땀이 나는 온도가 차라리 낫긴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해주지 않는 모양이지만. 하여간 난 빨리 이 계절이 지나고 다음 계절이 오길 기다린다. 따끈따끈의 계절은 언제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