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9일 토요일 을사년 경진월 무오일 음력 3월 22일
병원은 리스폰 장소다. 병원에 가기를 극히 꺼리는 이에게 잔소리할 때 언급되는 말이거나 그들 스스로가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그리고 나 또한 병원을 리스폰 장소쯤으로 아는 녀석들 중 하나다. 근 10년간 제 발로 병원에 들어간 경우보다 구급차에 실려간 경우가 더 많다. 비교적 건강해져 더 이상 병원에 실려가지 않게 될 무렵부터는 병원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2년에 한 번 건강관리협회의 연락을 받고 국가건강검진을 하러 용두동으로 향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 국가건강검진마저 회피하는 인간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최소한의 무언가라고 할까. 사실 건강관리협회에서 먼저 예약 잡아준다고 연락을 주지 않았다면 나도 미뤘을 것 같기도 하고. 대학생 때 교직이수를 위한 마약검사를 하고 왔더니 그 뒤로 매번 때가 되면 연락 주시더라.
그런 의미에서 자발적으로 병원에 들어간 건 상당히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서울저스트치과의원. 오며 가며 지하철 배너 광고는 많이 봤지만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지나다녔는데 사랑니를 뽑아버리든지 해야지 하고 보니 사랑니 발치 키워드가 적혀 있었다. 여분의 거즈와 얼음팩 등의 물건을 담아준 종이가방에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라고 적혀 있길래 그게 뭐지 하고 검색해 보니 사랑니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는 글이 많이 보인다. 그저 마주친 치과에 리뷰만 적당히 살펴보고 갔는데 꽤나 괜찮은 선택지였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겁을 준 것에 비해서는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기도 하고, 누군가 사랑니 뽑아야 한다고 병원 추천해 달라고 하면 여기 괜찮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오늘은 어제 사랑니 발치 한 것에 대한 소독을 하러 오라고 하더라. 이틀 연속 병원에 가는 녀석이 되어 버렸다. 정확히는 다음 주에도 금요일 같은 시간에 반대쪽 사랑니를 뽑기로 했으니 한동안은 병원에 자주 가는 녀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라고 기술교육원이 금요일에는 온라인 재택수업을 하는 건가. 듣자 하니 우리 과만 그렇게 진행한다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금요일에도 나와서 공부하다 식사하고 가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하곤 하는데, 학생식당이 다른 요일보다 쾌적한 걸 보면 우리 말고도 그런 학과가 일부 더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여간 덕분에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낮 시간대에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치과는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가서 구강검진도 하고 스케일링도 받고 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 충치가 생긴다거나 할 경우에 늦게 발견될수록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나. 나 또한 몇 년 만에 간 거다 보니 충치도 일부 발견된 모양이다. 애초에 사랑니가 썩어 있었으니 입 안에서 어느 정도 퍼졌겠지. 사랑니 발치 후 충치 치료까지 하면 통장에는 15만 원 정도 남는구나. 적절한 수입원이 생길 때까지 한동안 또 아껴 살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병원은 다른 것보다도 딱 두 가지, 금액과 의료사고 두 가지가 발을 들이기 어렵게 한다. 의료사고의 확률은 낮지 않냐고?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과잉진료로 전신마비를 얻는다거나 누군가 의료사고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10년이 넘게 지나도 거부감이 사라지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