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0일 화요일 을사년 신사월 기축일 음력 4월 23일
무료로 무언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이 있으면 흥미가 동해 신청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TCI, 갤럽 강점 검사, 버크만 검사, 태니지먼트, TA 교류분석 등등 다양한 검사를 했다. 검사를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흥미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결과지를 읽어보고 싶은 것뿐인 것 같기도 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나는 이러이러한 게 이렇게 나왔으니 이러이러한 특성을 이러이러하게 활용할 수 있겠군" 같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키기보다는 "음 글쿤" 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서 그런 검사들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고 주장해 본다.
여러 검사를 하다 보면 재밌는 걸 발견하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만 다를 뿐 아무튼 내가 나에 대해 체크한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각 검사 결과가 유사한 특성을 제시한다. 각각의 검사에서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했고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한편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같은 검사를 할 경우에는 결괏값이 많이 달라져 있기도 한데,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가령 TCI에서 '변하지 않는 기질'이라고 하는 부분이 첫 검사에서는 자극추구와 위험회피가 모두 중간값 정도 위치했던 반면 1년 뒤에 한 검사에서는 자극추구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거나.
전반적으로 지원사업 수혜 초기에 했던 검사와 최근에 하는 검사의 결괏값이 많이 다르게 나오는 편이긴 하다. 이전에는 좀 더 이성적이고 사람보다는 일 친화적인 녀석으로 취급되었다면 요즘은 더 감정적이고 사람 친화적인 녀석으로 취급된다. 아마 은둔과 고립 속에서 억눌려 있던 본성이 최근에야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대학생 때는 '아야나미 레이' 소리를 듣던 녀석이 요즘은 '남초딩' 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때와 지금의 결과지가 같을 리가 없지.
사람 좋아하는 것에 비해 사교성이 떨어지는 건 확실히 있다. TA 교류분석의 '자유로운 어린이' 자아가 높게 나온 건 명백히 내 본성에 가깝다. 사람 좋아하고 흥미를 쫓지만, 그런 거에 비해 사람들과 잘 교류하는 방법을 몰라 겉돌기만 하다가 결국에는 스스로를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녀석'으로 포장하며 '이성적이고 일 친화적인 녀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스스로에 대한 통제 속에서 '순응하는 어린이' 자아가 키워진 것 같기도 하고. 욕구도 크고 억제도 크다 보니 아무도 억압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억눌린 채 살아가는 느낌.
요즘은 전보다 날 것 그대로의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검사에서도 그런 결과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몇 년의 지원사업 수혜 속에서 어느 정도 본성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제 사회로 나아가면 사회화 과정에서 또 깎여 나가는 부분이 있을 거고 이제는 내가 아닌 사회에 의해 억눌리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어찌 되었건 조금씩 나 자신을 찾아가는 건 좋은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