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만남

2025년 5월 21일 수요일 을사년 신사월 경인일 음력 4월 24일

by 단휘

현재 내 인맥 중 대부분이 서울시 지원사업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다 보니 지인들이 서울 곳곳에 퍼져 있다. 살짝 과장하면 친밀도와는 별개로 아는 사람이 어느 동네를 가나 한두 명씩 있는 느낌이다. 내가 서울 동부권에 있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는 동부권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되어 그들과 더 가깝고 친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반대쪽 끝자락 강서구에도 있으니 말이다.


멀리 사는 사람들은 주로 서울 중부에서 만나곤 한다. 혜화에 우리의 만남의 장소가 있으니 서로에게 부담이 크지 않다. 요즘 물가가 어마무시하다 보니 만나서 시간 보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하니 그 공간에 대한 비용만 덜어도 훨씬 낫더라. 한 가지 단점은 공간 이용 가능 시간이 여섯 시까지밖에 안 되어 그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공원을 거닐거나 하천을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기에 성향이 잘 맞는 사람하고는 좀 더 오랫동안 부담 없이 있을 수 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하고는 카페에 가기도 하는데, 카페 물가도 많이 오른 것 같더라. 워낙 그런 걸 안 사 먹는 편이라 사람 만날 일 있거나 일정과 일정 사이에 몇 시간이나 뜰 때 아니면 카페를 잘 안 가는데, 메뉴판을 훑어보다 결국 가장 저렴한 기본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헌혈의집 기념품에서 문화상품권이 빠진 후로는 커피쿠폰을 선택하곤 하는데 청년 분들과 카페에 갈 때 업체 선택권이 있다면 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는 편이다. '할인받아 저렴하게'가 카페를 즐기지 않는 녀석의 타협점인 것이다.


두더집 출신 청년들을 만날 경우 은평구에 거점을 두고 있다 보니 서쪽에서 만나게 될 때가 많은데, 만남의 장소 선정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여기서도 타협점을 찾는다. 나를 제외하고는 서부 사람들이 많으니 거리를 당기지는 못 하고, 그럴 거면 지하철 환승이라도 최소 환승으로 잡는 것이다. 어차피 서쪽에서 모일 거라면 5호선 라인이면 다 괜찮다고 주장한다. 물론 을지로 종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지하철 10개 역을 넘기면 힘든 것 같다. 7-8개 역까지는 큰 부담 없이 놀러 가는 편이고 9개 역을 가야 하는 기술교육원도 그럭저럭 갈 만하다고 느끼는 범위에 든다. 열댓 개 역을 이동할 때는 가는 데 이미 지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 갔는데 모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음번 초대에 응하기 부담스러워진다. 이 집단 하고는 온라인 관계만 유지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밥집보다 술집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나올 때 이미 허기를 느끼며 나왔는데 정산할 때 인당 만 삼천 원이라는 걸 듣고 이 가격에 이 포만감이라니 하며 거부감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만나더라도 식사는 패스해야지. 기본은 모자랄 게 분명한데 천 원이나 이천 원을 더 내고 곱빼기를 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냥 기본으로 시키곤 하는 녀석에게 만 삼천 원의 허기진 식사의 충격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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