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빅데이터

2025년 5월 31일 토요일 을사년 신사월 경자일 음력 5월 5일

by 단휘

인간에 대한 무의식의 빅데이터는 편견을 야기한다. 그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무의식의 경고를 외면하다 보면 결국 그 편견을 지지해 줄 근거만 늘어간다. 상성이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애써 친해지려 하지 말고, 거리를 둬야지. 그냥저냥의 관계로 두는 것보다도 내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두는 편이 더 이롭다는 걸 어느 순간 알아버렸다. 어느 정도 선까지 주변에 둬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의식 기반 필터링을 하고 나면 곁에 둘 만한 사람이 얼마 남지 않는단 말이지.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특정 영역에서 쎄한 느낌이 드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꽤나 많은 사람이 걸러진다. 그들은 자주 안 만나고 보게 되면 보는 걸로 타협하면 적당히 지낼 수 있겠지만.


때로는 뭔가 불편한데 뭐가 불편한지 모르겠다. 무의식은 블랙박스로서 작동하여 구체화된 답을 찾기 어렵게 한다. 그렇게 껄끄러운 감정을 품은 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의 무의식은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던 걸까. 최근에는 지역감정도 무시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동서울 사람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북서울까지 포함하여 동북권 사람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그리고 어디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지역 사람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등등. 지난 1년 사이에 서울 지리를 조금씩 익히기 시작했는데 저 '어느 지역'이 지역 구분에서 하나로 묶이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흥미롭네. 지역 자체가 나랑 상성이 안 맞는 건가? 그럴 수가 있나?


지원사업 초기에는 지역 상관없이 누구랑도 교류하지 않다가 1~2년 차에는 지역 상관없이 아무하고나 교류했다. 그리고 3~4년 차 정도 된 지금은 주로 동북권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것 같다. 타지 사람들도 연락을 아예 안 하고 사는 건 아니지만 덜 하고 지낸다. 아주 최근에는 동북권 내에서도 동서울 사람들과 북서울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약간 갈리는 걸 인지했다. 지역을 가지고 유의미한 구분이 되나 싶다가도 나의 무의식이 내린 결론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서남권 사람 한 명과 동서울 사람 한 명에게 연락이 와 있다. 끄적일 거 끄적이고 확인해야지 하고 있지만. 그러고 보니 둘 다 6월쯤 보기로 한 사람들이다. 동서울 사람은 동서울 내 2개 권역 중에서도 같은 권역 사람인데 올해 한 번도 못 만났네. 중랑피플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해지는데. 중랑피플 중 한 명도 북서울 사람 한 명과 셋이서 보기로 했는데 몇 개월째 언젠가의 미래로 미뤄지고 있다. 역시 늘 만나던 사람만 만나게 된다. 요즘은 더 이상 인간관계 늘리지 말아야지 싶기도 하다. 무의식에 의해 검증된 사람만 남기면 자주 연락 안 하는 사람까지 해서 한 다섯 명쯤 되나? 북서울 한 명에 동서울 네 명이라... 뭐,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관계를 끊어내지야 않겠지만. 굳이 무의식이 중립으로 처리한 사람들까지 끊어낼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센터 출신의 '친구'에 도달한 이들 중에도 과반수는 '긍정'이 아닌 '중립'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22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