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 과도기

2026년 1월 16일 금요일 을사년 기축월 경인일 음력 11월 28일

by 단휘

뒤섞이고 뒤엉켜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때로는 그런 상태가 몇 날 며칠이고 지속되는 시기도 있다. 관성적으로 해나가는 것들마저 제때 하지 못하고 지체되기 일쑤고, 무언가 하려다가도 금방 그만두고 만다. 시작하려 마주한 순간 다시 돌아서게 되는 건 왜일까.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저분한 방 안에서는 특히 그 무엇도 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좋은 환경의, 생활권을 너무 벗어난 곳에 있으면 내 통제 범위 밖에 있다는 느낌에 한구석이 답답하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통제 범위 밖에 있다는 느낌. 놀이기구 같은 걸 탈 때도 느껴지는 그것.


아침엔 역시 일찍 나가버리는 게 좋다. 카페 같은 곳은 변수가 많아 애매하다. 청년센터에 가거나 아니면 아예 정기적으로 출근이라는 걸 하는 게 훨씬 낫다. 출근과 퇴근이 있는 삶만큼 완벽한 일상 루틴이 있을까. 상대가 연락을 언제 볼지 기다리지 않고 실시간 대면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메일 예절 같은 인사치레도 싹 다 생략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다음 주부터는 한 달 동안 서울시 시정 서포터즈에 참여한다. 대충 5시간*5일*4주=100시간짜리 일경험 비스무리한 거다. 나의 업무는 "민원데이터 공개 시스템 이용 체험, 시스템 UI/UX 및 기능 피드백"라고 적혀 있다. 그럭저럭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 중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곳으로 지원했다. 오늘은 이 사업에 예비선정자로 있다가 최종선발되어 다음 주부터 4주 동안 프로그램에 불참하게 되었다는 말씀도 드려야지.


새로 산 기기 설정은 대강 마쳤다. 이후의 것들은 사용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걸 설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개발 환경은 기존에 Ubuntu에서 쓰던 것 중 VSC와 GPG만 준비해 놨다. 그 외의 것들은 쓰게 되면 설치해야지. 개발과는 무관한 삶을 사는 동안에도 그것들이 저장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디자인 툴도 일단 Figma만 준비해 놨다. Adobe는 당장은 구독 안 할 거고, 애초에 디자인을 하게 될지 개발을 하게 될지 제3의 무언가를 하게 될지 그것마저도 내 삶의 과도기니까 말이다. 삶뿐만 아니라 사회도 너무 과도기라 더 방황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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