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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휘 Nov 05. 2024

#62 흔적

2024년 11월 5일 화요일 갑진년 갑술월 계유일 음력 10월 5일

이전에 작성해 놓았던 자료를 찾을 겸 노션에 작성해 놓은 문서들을 전체적으로 훑어보았다. 찾으려고 했던 문서는 금방 찾았지만 그 이후로도 한참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어딘가에 글을 올리거나 보내기 전에 작성한 원본 텍스트가 담긴 페이지도 있고, 유용해 보이는 정보들을 모아 놓은 페이지도 있고, 언젠가 노션을 통해 일정 관리를 해보려고 했던 흔적도 있다. 이곳저곳에서 나눔 한 템플릿에 대해 '이 녀석들은 얼마나 잘 활용하나 보자'며 복제해 놓은 것도 있더라. (그런 템플릿은 대체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주지 못하지만, 가끔 꽤나 괜찮아 보이는 녀석을 발굴하곤 한다. 그러면 그 템플릿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고, 마음에 들었던 부분만 벤치마킹 한다.)


나의 노션 기록 속에서 발견한 것들 중에는 과거 어딘가에서 작성했던 글도 있었다. 자체적으로 구현한 GitHub Pages에 연재하던 글이었는데, 이제는 비공개로 내려놓은 것들이다. 노션에다가 작성 후 복사해서 넣었던 기억이 있다. 2021년 가을부터 2022년 가을까지 이어진 흔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을 플랫폼을 찾지 못해 임시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사용성 측면에서 마음에 드는 플랫폼은 내가 쓰는 글과 성격이 맞지 않는 곳이고, 성격이 맞아 보이는 곳은 시스템적으로 거부감이 있고 해서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었지. 지금은 전체적으로 조금씩 타협하고 있다. 사용성 측면에서 가장 좋았던 블로그 플랫폼은 Velog였는데, 거긴 개발자들이나 쓰는 곳이고... 하여간 좀 그랬다.


그 당시에 썼던 글들을 조금 살펴보니, 시의성 있는 ‘언젠가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은 대체로 그냥 넘길 만한 내용이지만 나의 사유를 담은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은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해서 쓸 만한 주제들이 있더라.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이 적혀 있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을 했더랬지' 하고 흥미롭게 읽게 되는 내용도 있고. 적당히 생각나는 주제가 없는 날에는 그런 글을 재구성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쓸 만한 주제를 스무 개 정도 확보해 놨다.


노션을 통해 일정 관리를 해보려고 하던 시기에 가끔 개인적인 일기도 써놓았더라. 대충 2021년 봄부터 가을까지의 이야기다. GitHub Pages의 글들은 대체로 기억이 나는데 이 일기들은 그렇지 않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써 놓은 것을 읽는 것 같은 기분. 이런 걸 썼던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은 있는데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낯선 글이다. 일부는 무슨 맥락의 글인지 알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글들도 있고 말이다. 나는 보통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독백을 하듯 나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편인데, 흔치 않게 노션에만 적혀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었다.


언제나 어떠한 형태로든 어딘가에 글을 통해 나의 흔적을 남기고 있더라. 노트에 만년필로 끄적이든 어딘가 적당한 플랫폼에 타이핑을 하든, 대부분의 날들에 남긴 기록이 있다. 그것들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방구석에 쌓여 있는 언젠가의 일기부터 다양한 플랫폼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 쪼가리까지, 참 많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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