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잘 지내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잡다니 Dec 14. 2017

스물아홉은 그렇더이다

의자를 뒤로 조금 젖히며


1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서 요즘도 글을 쓰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먹고 살기 위한 글만 쓴다고 답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허허 웃었다. 마음이 조금 헛헛해졌다.




2

따갑고 엉켰던 일들이 완전히 풀어진 건 아닌데, 조금 무뎌지고 느슨해졌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시간은 마법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맞았다. 정말 그랬다.




3

집으로 배달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퇴사한 회사의 사수님께서 보내주신 두꺼운 여행책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겠노라 다짐했다. 퇴사 후 회식이 즐비한 나의 일상이 좋다.




4

오랜만에 성격 검사를 다시 해봤다. 여전히 성격 유형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여전히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에 두 번 놀랐다. 나는 언제쯤 나를 다 알 수 있을까.




5

친구들과 한참을 떠들다가 우리가 늘어놓는 단어와 문장에 가끔씩 흠칫 놀란다. 이따금씩 대화의 공백이 생기면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늙었다. 혹은 시간이 참 빨라.




6

새로운 해에는 많은 다짐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29년만에 깨달은 진리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십대의 마지막 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