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기 좋아하거나 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인 집단에서 한창 공부를 했을 때에 내 삶과 글은 아주 당연스럽게 친밀했다. 다소 오글거리고 말도 안 되는 주절거림이었을지라도 거기엔 언제나 진실한 내가 담겨있었다.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이들이 있어 즐거웠고, 그들과 덧글로 안부나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들이 참 감사했다.
이미지로 대화하는 시대. 열줄이 넘어가는 글을 견디지 못하는 요즘- 가끔씩 그 때가 그립다. 밤마다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들을 좀처럼 갈무리하지 못해 방황하다 잠들기를 여러번, 타자기에 손만 올려놓으면 주절거리던 그때를 떠올리며 오랜만에 백지를 펼쳤다. 뭐라도 끼적거리고 싶어서.
힘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꽤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근황과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에 대해 털어놓고 위로받고 다녔지만, 국문과 출신인 나에겐 도통 말로는 해갈되지 않는 찜찜함이 늘 있었다. 그건 분명 내 진실과의 미묘한 줄다리기 같은 것이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와 몇 시간이고 마주 앉아 떠드는 것을 즐기는 나지만, 내 자신과 대화하고 싶을 때에 마냥 혼잣말을 중얼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럴 때면 하릴없이 글을 끼적거리고야 마는 것이다.
어느덧 십년지기 이십년지기를 향해 달려가는 오랜 친구들을 만나며, 우리 사이에 오갔던 수많은 대화를 다시 떠올리며, 그 속에 진짜 내 모습은 얼마나 담아냈던가 반성하곤 했다. 허나 몇 년에 한 번 겨우 시간을 맞춰 모인 자리에서 내 모든 이야길 쏟아붓기란 터무니 없고, 아쉬운 쉼표를 찍고 돌아서면 미처 다 꺼내어내지 못한 나의 방황하는 삶의 조각들도 곧 아무렇지 않았던 듯이 제자리를 찾고 말았다.
결국 자주 만날 수 없다면 종종 내 이야기를 미리 털어놓았어야 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이제서야 이렇게 허무한 나의 오늘을, 오늘의 감정들을 얼기설기 엮어내보고 있다. '아 오늘은 네가 참 심란하여 잠못 드는 밤이었나 보구나.' 누군가 그것만 알아줘도 오늘의 대화는 진실했다고 여겨본다. 진심을 담아 그동안 눈물나게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이제 생겼으니 조금 늦었지만 내 마음에도 셀프마사지를 하고 이만 잠들어야겠다.
모두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