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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니 Mar 20. 2017

못난아이 컴플렉스



살아갈수록 나를 알아가는 일이 힘겹다.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인지 나에게 새로운 모습이 생겨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낯선 감정들을 발견할 때마다 꽤나 당황스럽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깨닫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모든 것이 완벽하기를 바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선물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달린 산타할아버지 종이 캐릭터가 떨어져서 잃어버린 적이 있다. 그 때 느꼈던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일기장에도 적고 선생님께 편지도 쓰고 엄마에게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하고 별짓을 다해봤지만 산타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않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갔다.


하지만 완벽에 대한 강박이 쉽게 사라지진 않았다.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지 못해 욕 먹는 걸 세상 무엇보다 싫어했고, 다른 사람에게 질투나 경쟁심은 별로 느껴보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에게 유난히 엄격했다. 그것이 나를 더 좋게 만들었는지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좋아 보이게는 만들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나는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는 편이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요리를 유독 피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착한아이 컴플렉스처럼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야만 했다. 혹여 내가 조그마한 실망감이라도 안겨주면 그 관계를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고 리셋해버리고 싶어졌다. 그럴 땐 세상 그 누구보다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랜만에 성격검사를 해보았다. 내 성격 유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조금 두려웠다. 장점보다는 단점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라 더욱 그랬다. (내 성격 유형이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고쳐야할 점들을 읽어내려가며 여러가지 생각에 빠졌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모습들을 보며 마치 발가벗은 몸을 갑작스레 들킨 기분이었다.


이 모든 것을 서른을 코앞에 두고서야 겨우 깨닫다니. 앞으로 또 어떤 내 모습을 깨달아야할지 두렵다. 그리고 대체 이 성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사실 모르겠다. 일단은 내가 이토록 못난 아이란 걸 깨닫게 된 것만으로 감사해야겠다. 이것 또한 변명이 될까봐 두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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