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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니 Apr 03. 2017

서울 이 곳은

아무래도 난 또 와봐야겠어



기차를 타고 한강을 건널 때마다 늘 심장이 쫄깃거렸다. 어떤 날은 설렘이었고 어떤 날엔 두려움이었다. 또 어떤 날엔 그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서울은 언제나 맘 편한 곳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난 꾸준히 내 심장을 괴롭혀왔다.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대학원에 입학했다. 나는 또 다시 학생이 되었다. 아무리 평생 교육의 시대라고 하지만 나는 유난히 배움에 중독된 사람 같았다. 배움에 대한 나의 의지는 때로는 호기심에서 시작되기도 했지만 대개는 결핍과 갈증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원래 작년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나는 비행기 편도 티켓을 들고 어디론가 멀리 떠났어야 했다. 여전히 허리를 두드리며 귀가 멍멍한 채 다녔겠지만. 그러나 인생은 늘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것을 알기에 나는 틀어진 계획을 꽤 빨리 수용했다. 물론 상실감은 컸지만 대신 내 앞에 뜻밖의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가며 나는 어쨌든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세계 최악에 가까운 서울의 퀘퀘한 공기를 뚫고 부지런히 몇 날을 쏘다녔다.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였고 대부분은 홀로였다. 혼밥도 꽤 익숙해졌다. 어차피 서울은 외로운 도시여서 혼자인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가끔은 널널한 마을버스에 앉아서, 또 어떤 날엔 출근길 지옥철에 끼어서, 또 늦은 밤 낯선 골목을 걸으면서 보낸 몇 주간. 문득 서울이 숙명처럼 느껴졌다. 서울은 살고 싶은 곳은 아니었지만 자꾸만 찾게되는 곳인 건 분명했다. 벌써 서울에 꽤 오랜 기간 정착한 지인들을 만나고 나면 더욱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내게 서울은 더이상 어쩌다 한 번 찾아올 그런 여행지가 아니었던 거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몇 달을 머물고 1년을 오갔던 동네를 지나면서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묘한 일이었다. 그곳을 지나갈 때면 늘 자주 가던 빵집과 포인트를 끝끝내 다 모으지 못했던 슈퍼마켓이 떠올랐다. 여행과 살아보는 것을 구분하는 기준을 정한다면 나는 아무래도 단골가게가 있는가로 구분할 것 같다.


특별시답게 서울에는 비교 불가한 인프라가 많이 있긴 하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 천만이 어깨를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풍경은 어디나 같으니까 서울이 마냥 낯설진 않은 것이겠지. 나는 과연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울 이곳에서 보내게 될까. 아마 지금까지 서울을 밟아온 시간보다는 훨씬 더 많게 되겠지.


가깝고도 먼 나의 서울.

내일은 부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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