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첫 사회생활

by 다은

지후가 19개월이 되었을 때 근처 어린이집에서 만 0세반이 개설되면서 지후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등원 첫 날에는 어린이집에 들어가 놀이실을 둘러보고 사용하는 가방과 식판, 체육복 등을 받아 나온 것을 시작으로 이후에는 나와 함께 놀면서 놀이실을 익혔고, 나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갔다. 나와 분리를 하면서부터는 지후가 꽤 많이 울어서 안 떨어지는 발걸음을 겨우 떼며 어린이집을 나서기도 했고, 길지도 않은 10분~15분이라는 시간 동안 밖에서 아이와의 분리 시간을 견딜 때마다 들려오는 지후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지후는 정서적인 부분에 있어 매우 예민한 편이라서 보통 그 시기의 아이들에 비해 적응기간이 오래 걸린 편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잘 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내 착각이었고, 우리는 예상치 못한 문제와 마주하게 됐다. 어린이집 적응을 시작하고 3주 쯤 지났을 때 지후에게 ‘틱(Tic;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신체의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 내가 눈 깜빡임 증상을 발견했을 때에는 ‘좀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빈도가 높아졌고, 특히 피곤해지는 저녁 시간이나 영상이나 책 등을 집중해서 볼 때에는 그것이 더욱 심해졌다. 눈 깜빡임의 빈도가 점차 높아지자 일주일에 한 번 지후를 돌봐주던 친정엄마도 “얘가 오늘 눈을 계속 깜빡인다?”며 달라진 것을 알아챌 정도였다.


눈 깜빡임의 원인이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우선 눈 쪽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물리적인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와 안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의사선생님은 특별히 눈에 찔리는 것은 없어 보이며, 진찰을 받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아주 심하게 깜빡이는 것은 아니니 집에서 잘 지켜보라고 하셨다. 물리적 원인이 아니라면 나머지 가능성은 하나였다.


심리적 원인, 주로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틱 증상.


그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나니 너무 속상하고 지후에게 미안했다. 아직 기관에 다닐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내 욕심 때문에 엄마와 힘들게 떨어져야 했던 지후. 지후는 자기 나름대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 ‘힘들다’는 표현을 많이 했음에도 엄마인 나는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아이를 극한의 스트레스로 밀어 넣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후회가 밀려왔고, 자책도 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문제가 생긴 이상 후회하고 속상해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사치였기에 선택을 해야 했다. 어린이집을 당장 그만 두고 당분간 가정보육을 할지, 아니면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두 시간에서 한 시간 정도로 줄여서 계속 적응을 시도 할지.


지후를 낳고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부터 많은 도움을 주시고 의지가 되었던 당시 어린이집의 원장 선생님과도 지후의 눈 깜빡임 증상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이렇게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적응을 그만둬버리면 다음번에 더 적응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한 번만 더 시도해보기로 결론을 내리고,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서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보기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렇게 어린이집 한 달 차에 새롭게 적응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지후를 어린이집에 등원 시킬 때에는 “엄마도 지후가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지만 힘들어도 꾹 참아 볼게! 사랑해”하고 보냈고, 하원 때에도 “지후야,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사랑해”하며 안아주며 인사를 했다. 집에 돌아 와서도 평소보다 더 많이 애정표현을 하고 스킨십을 하며 지후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다행히, 너무나 고맙게도 지후는 그 시기를 씩씩하게 잘 넘겨주었다. 눈 깜빡임 증상 역시 차츰 나아져서 틱이 나타난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기에 말끔히 사라졌다.


그 때의 경험으로 나는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보편적으로 다른 아이들이 기관에 적응하는 데 얼마나 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둘 필요는 있으나, 그 잣대와 기준에 내 아이를 끼워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또한 모든 아이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방식이나 소요 시간, 행동 패턴,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 역시 제각각이며 내 아이 역시 그러하다는 것 역시.


지후야, 언제나 너의 속도에 맞춰 갈 수 있도록 엄마가 더 노력할게. 그러니 엄마가 너무 빠르거나 느리다고 느껴질 땐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해주길 바라. 그럼 눈치껏 알아채고 속도를 조절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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