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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Dec 31. 2018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에서 마주한 청춘에 대하여

베트남 한 달 살기 Day 4

청춘(靑春)

푸를 청에 봄 춘을 쓴다. 푸른 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


나에게 있어 청춘이란 단어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추억, 어떠한 아련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마냥 푸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는 느낌이다. 


이 곳 하노이에서는 어디서든 푸른 봄을 만날 수 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를 걷다 보면 '청춘'을 느낄 수 있다. 

오토바이에 젊은 남녀가 커플 헬멧을 쓴 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즐거운 일이 있는지 웃고 떠들면서. 

호안끼엠 호수 곳곳에 있는 벤치에는 삼삼오오 커플이 앉아 있다. 서로를 어루만지면서. 

주말이라 차도가 도보가 된 아스팔트에는 5명의 청년들이 앰프를 킨 채 노래를 하고 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한껏 치장을 한 10대 학생들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다.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처럼. 


근처 카페에 앉아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다. 풍경이 우리의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는 점에서 모습이 아니라 풍경이다. 


하노이 맥주를 마시며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의 청춘은 언제였지, 라는 생각이 스친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시내 구경을 한다고 마음먹고 동대문과 명동에 갔던 일. 친구가 있으니 세상에 두려울 건 없다는 기세로. 

첫사랑과 헤어졌을 때 세상이 끝난 것처럼 행동했던 일. 세상의 중심은 나인 것처럼. 

10년 후에 성공한 삶을 상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일. 노력만 하면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진다는 듯이. 


아마 이런 류의 기억들이 나에게 있어 청춘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청춘. 단어만 들어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가 또 있을까? 

아마 단어가 내포하는 무한한 가능성과 이를 가능케 하는 용기가 가득한 시기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절이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의 청춘을 아름답게 추억한다. 조금은 쓸쓸한 아련함을 동반하면서. 


청춘. 정말 지나가 버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용기를 가지기만 한다면. 

매 순간순간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마주한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현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지나치지 않고 용기라는 열쇠로 열면 된다. 다시 청춘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내 청춘을 추억해본다. 

앞으로 다가올 무수한 청춘에 가슴 설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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