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짧은 글의 위력
일 년에 한두 번씩 주기적으로 만나는 대표님이 있다. 각자 하는 사업 이야기부터 요즘 디지털 트렌드까지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떨곤 한다. 어느 날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내 말을 듣고 있던 그가 말했다.
"대표님, 스레드도 해보세요. 잘 어울려요."
"스레드요? 아, 그 메타에서 만든?"
"네, 결이 잘 맞을 것 같아요."
회사의 소셜 계정은 많이 운영해 봤지만, 개인 SNS를 잘 관리하는 편은 아니었다. 남들 다하는 인스타그램도 안 하는 내가 스레드(Thread)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로 스레드를 추천했다. 페이스북과 다르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쓴다는 것, 그리고 인스타와 다르게 텍스트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블로그에 쓴 글을 페북이나 링크드인에 공유하기엔 좀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스레드는 인스타 계정으로 로그인을 해야 했다. 내 인스타 계정은 개인적인 사진 몇 개만 올라가 있을 뿐 수년간 방치되었다. 인스타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스레드에 연동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미 팔로잉, 팔로워가 많은 계정은 스레드를 시작하면서 바로 팔로워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새 계정이라 팔로워가 없었다. 그렇게 황량한 스레드에 첫 게시물을 올려본다.
재미도 없는 이 게시물을 5명이나 좋아요를 눌렀다. 솔직히 기대이상이었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계정에 들어가 본다. 대부분 반말로 게시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피드의 80% 정도는 반말을 사용하는 듯했다. 스레드 스타일인가? 빨리 적응해 보자는 마인드로 두 번째 게시물을 작성한다. 이번엔 반말로.
스레드의 의도인가, 우연인가? 두 번째 게시물도 좋아요 5명이다. 새로운 포스팅을 할 때마다 팔로워가 한두 명씩 늘기 시작했다. 게시물에 대한 노출은 평균 하루, 길면 이틀 정도 가는 것 같았다. 매일 게시물을 올려야 팔로워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걸 알게 된다.
일주일 동안 매일 1~2개씩 포스팅했다. 게시물당 100~200회의 조회수가 나왔다. 그중 한 게시물에서 7,000에 육박하는 조회수가 나왔다. '40'대, '사업'이라는 키워드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걸까? 스레드에서 나름 실적(?)이 좋았던 콘텐츠는 긴 글로 재구성해서 블로그 글로 재작성한다. 이렇게 스레드를 테스트 베드로 사용하며 원소스 멀티유즈를 시작하게 된다.
80여 일이 지나자 팔로워는 1,000명을 돌파하게 된다. 하루 2~30분, 짧은 글을 매일 썼을 뿐인데, SNS 인생 처음으로 1,000명의 팔로워를 얻게 된 것이다. 팔로워 1,000명을 자축하는 게시물을 올렸더니 이리도 축하해 주는 스친(스레드 친구)들. 따뜻하다.
이 정도면 시간 투입 대비 콘텐츠 노출과 팔로워 증가라는 가성비가 정말 좋은 듯하다. 스레드는 아직 초기 단계다. 사용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사용자에게 ‘노출’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나도 스레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 아닐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글자수 제한의 묘미
스레드는 500자 글자 제한이 있다. 이것이 신의 한 수라 생각한다. 핵심을 담아 짧게 쓰는 연습이 된다. 다른 글도 술술 읽힌다. 브런치가 글쓰기계의 롱폼이라면 스레드는 숏폼이다. 어떤 이들은 짧을수록 노출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500자 안에서는 딱히 상관관계는 없어 보인다.
노출은 하루에서 이틀 지속
스레드에 올린 게시물의 노출은 하루에서 이틀 정도가 최대인 것 같다. 피드에 뜬 게시물을 내리면서 보기 때문에 콘텐츠에 휘발성이 있다. 스레드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팔로워를 늘리고 싶다면 자주, 매일 게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소통의 중요성
게시물을 올리는 것 못지않게 댓글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다른 이의 게시물에 공감하거나 인사이트 있는 댓글을 남겼을 때 팔로워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경험했다. 조금씩 콘셉트만 다를 뿐 결국 SNS의 본질은 소통이 아닌가 싶다.
팔로워수보다는 콘텐츠
게시물 중 가장 높은 조회수는 6만, 두 번째는 5만인데 모두 팔로워가 100명도 안 될 때 올린 글이었다. 팔로워수보다는 결국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다. 두 게시물 모두 '리더십'을 소재로 한 글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주제였던 것이다. 이외에도 스레드에서는 AI, 1인 사업, 또는 이직과 퇴사 등 커리어 관련 글이 인기가 많다.
서로 돕는 느슨한 연대 형성
스레드는 게시물, 좋아요, 댓글 등의 활동을 참고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글을 피드에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관심사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서로 팔로우를 하게 된다. 연동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DM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커피챗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많다.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 맺고 있던 관계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경우가 많았다. 스레드는 오히려 반대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레드가 출시 1년 만에 MAU(월활성이용자수) 1억 7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텍스트 기반 SNS의 원조격인 X(전 트위터)를 곧 넘어서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용하지만, 빠르게 사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기존 SNS의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콘텐츠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짧은 텍스트로 소통하는 스레드의 담백한 매력에 빠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