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전환우선주(RCPS) 계약서의 주요사항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 VC(벤처캐피털) 등 금융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게 됩니다. 이때 투자자는 창업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면서, 자금 회수를 위해 다양한 조건과 권리를 설정하게 되죠.
그중 RCPS (상환전환우선주) 방식의 투자 계약은 국내 VC 투자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투자 방식인데요, 그만큼 투자유치를 생각하는 창업자라면 RCPS 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RCPS 투자 계약서에서 스타트업 창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특히 피투자사 입장에서 신경 써야 할 점들을 다뤄보겠습니다.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는 상환전환우선주로, 보통주보다 우선적인 권리를 가지는 우선주의 한 종류입니다. RCPS에는 이름 그대로 투자자에게 중요한 두 가지 권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상환권(Redeemable)'과 '전환권(Convertible)'입니다.
투자를 받는 창업자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단어가 바로 이 '상환'일 것입니다. 보통 RCPS 투자계약서에는 '상환청구권'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상환청구권 예시)
본건 우선주식의 납입기일 다음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회사에 대하여 우선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는 법적으로 상환 가능한 최대한의 자금으로 이를 상환하여야 한다.
위 예시와 같이 RCPS 투자자는 투자일로부터 특정 시간이 지나면 상환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투자금액에 연복리 X%의 이자(이자율 역시 투자계약서에 명시)를 더해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 상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상환 가능한 자금이 회사에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서 상환가능한 자금이란 배당 가능한 이익이나 이익잉여금 등 법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자금을 말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상환권을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로 회사가 상장하거나 M&A 되었을 때 수익실현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회사가 성장해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미루거나 후속 투자유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수익실현이 어렵게 되는 것이죠. 이런 때 상환청구권을 활용해 원금+이자만큼의 수익실현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투자를 받는 창업자 입장에서도 배당 가능한 이익이 있을 때 상환이 가능한 만큼 리스크가 어느 정도 제한적입니다. 또한 투자자의 상환 청구에 응하여 상환하게 되면, 상환된 우선주는 소멸하여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전환권은 RCPS 투자에서 투자자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에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전환권 예시)
본건 우선주식의 주주는 납입기일 다음날로부터 존속기간 말일의 전일까지 언제든지 본건 우선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본건 우선주식의 주주는 본건 우선주식의 존속기간 만료일까지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 본건 우선주식은 그 만료일에 보통주식으로 자동전환된다.
위 예시처럼 전환권은 투자를 한 직후부터 유효하며,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특정 기간이 지나면 우선주에서 보통주로 자동 전환됩니다. 투자자의 우선적 권리를 영원히 보장하는 것은 회사에도 부담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0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계약을 맺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전환권을 행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공개시장에서 대부분 보통주가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투자 후 회사가 빠르게 성장해 IPO에 성공하면 투자자는 전환권을 활용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여 공개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습니다. 보다 수월하게 엑싯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꼭 RCPS 계약서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VC 투자계약서에 들어가는 조항도 있습니다. 바로 우선매수권과 공동매도권입니다.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은 이해관계인(회사의 창업자 및 공동창업자)이 보유한 지분을 제3자에게 매도할 때, 우선적으로 그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 및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당연히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고 싶기 때문에 VC 투자계약서에는 우선매수권 조항이 대부분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창업자가 현금이 필요해 조금 싼 가격에 일부 주식을 매도하고 싶다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죠.
공동매도권(Tag-Along Right)은 이해관계인이 제3자에게 주식을 매도할 때, 투자자도 동일한 조건으로 함께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만약 이해관계인(창업자)이 갖고 있는 주식을 제3자에게 모두 매도한다면, 사업을 이끌어갈 창업자는 빠져나간 채 투자자만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VC 투자계약서에는 공동매도권 조항이 대부분 들어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공동창업은 흔한 사례입니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공동창업자의 이탈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창업팀 밖으로 지분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탈하는 공동창업자의 지분은 가급적 다른 창업자가 인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인(공동창업자) 간의 구주 거래는 우선매수권과 공동매도권의 예외사항으로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공동창업자 간 지분 이동은 있지만 해당 지분이 창업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인 것이죠. 공동창업팀이라면 투자계약서 검토 시 충분히 협상해 볼 여지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랍니다.
창업 초기,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에 투자계약서 검토를 꼭 변호사에게 맡겨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이런 고민은 하지 마세요. 투자계약서는 반드시 스타트업 법률 자문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검토하시고, 꼼꼼하게 내용을 숙지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부당하거나 과한 부분이 있을 때 자신 있게 계약서 수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수정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반영해야 할 것은 도장 찍기 전에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