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자료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스타트업의 VC 투자유치 과정을 나눠보면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칩니다.
태핑 - 초도 미팅 - 예비 투심 - 최종 투심 - 투자계약서 체결 - 납입 및 등기
저의 경우, 한 라운드에서 투자받고자 하는 VC가 세 곳이라면 최소 열배수인 서른 곳 정도에 태핑을 하는 편입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국면일수록 배수가 커집니다. 단계를 거치며 후보자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죠.
초도 미팅 ~ 예비 투심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투자심사역과 많은 커뮤니케이션 및 자료 교환이 이루어지는데요, 이때 워크로드가 상당합니다. VC마다 요청하는 자료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버전이 다르니까요.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업무가 가중됩니다.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데이터룸은 쉽게 말해 IR을 위한 회사의 모든 정보를 담은 공간입니다. 데이터룸을 만들어 공유하면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1. VC마다 다른 버전의 자료를 생성할 일이 감소합니다.
2. 재요청, 재발송하는 일이 감소합니다.
3. VC 입장에서는 자료를 한 번에 받아 빠른 검토가 가능합니다.
종합하면, 대표님의 시간을 아껴줍니다.
그렇다면 데이터룸에는 어떤 자료가 들어가야 할까요? 회사의 스테이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통적으로 있어야 하는 건 회사 관련 '기본 서류' 그리고 지표 관련 '로우 데이터(raw data)'입니다.
- IR Deck 풀버전
- 연혁 및 조직도
- 연도별 재무제표
- 사업자 등록증
- 정관
- 등기부등본
- 주주명부 및 캡테이블(cab table)
- 지표 관련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
*IR Deck에 들어간 지표를 증빙하는 데이터라고 보면 됩니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외한, 가장 순수한 데이터를 엑셀 파일로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컨슈머 서비스를 운영하는 저는 크게 '거래(transactions)', '트래픽(traffic)', '페이드 마케팅(paid marketing)' 관련 데이터를 서비스 시작부터 현재 시점까지 월간 기준으로 제공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하면 투자유치를 위한 데이터룸 세팅이 거의 끝납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준비했습니다.
투자자에게 태핑 하거나 미팅을 하면 우리 사업을 듣고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투자자 FAQ는 투자자의 공통 질문에 대한 창업자의 답변을 기술합니다. 발표자료에 가까운 IR Deck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 한 '투자 포인트'를 텍스트 기반으로 기술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투자자는 이 자료에서 창업자의 보다 깊은 생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문서에 아래 사항을 포함했습니다.
1. 창업자 및 주요 구성원의 상세 이력, 역할
2. 시장 및 경쟁사 분석
3. 경쟁우위, 차별화 요소
4. 사업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
5. 향후 3~5년 마일스톤 및 재무 예측 시나리오
6. 엑시트 플랜 (exit plan)
대부분 IR 과정에서 이곳저곳에 여러 번 답변해야 할 것들입니다. 귀찮더라도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뒤로 갈수록 편해집니다. FAQ에 없는 질문만 다루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모든 데이터가 준비되면 구글 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드에 올린 후 투자 심사역에게 공유합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룸을 공유하는 시점은 초도 미팅 후 심사역이 투자 검토를 하고 싶다고 할 때입니다. 데이터룸에는 회사 관련 중요한 정보들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NDA를 먼저 맺고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규 투자 라운드를 시작하면 IR에만 전념해야 할 정도로 미팅과 자료 요청이 많습니다. 오늘 소개한 방법으로 시간 투입 대비 효과적으로 IR을 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유치에 나설 대표님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