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 팀일수록 잠재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저도 첫 투자가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들었습니다.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있어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할까요?
솔직히 중요합니다. 증명한 게 부족한 초기 단계일수록 사람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무작위로 보낸 콜드메일이 미팅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습니다. 초기 벤처캐피털(이하 VC)의 심사역이라면 1년에 100여 곳 이상과 미팅하는데요. 미팅으로 이어진 게 이 정도 숫자이니, 자료를 받은 곳은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 보길 바랍니다. 아무 정보나 신뢰가 없는 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큰일이다. 난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데, 그럼 투자 못 받는 거 아니야?'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네트워크가 중요한 건 맞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그리고 진짜 네트워크는 창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확률 낮은 콜드메일 외에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다른 경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투자자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좁은문이기도 하죠. 엑셀러레이터(이하 AC)는 극초기 기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투자하는 기관을 의미합니다. 미국에서는 와이콤비네이터와 같은 유명 AC 프로그램에 합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평판이 뒤따릅니다. 국내에도 프라이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스파크랩, 매시업엔젤스 등 대표적인 AC가 있습니다. AC가 운영하는 정기 배치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선배/동료 창업자부터 잠재 투자자까지 스타트업씬에서 네트워크를 비교적 빠르게 넓힐 수 있습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민간이 주도한다면 한국은 여전히 정부가 주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기 기업 입장에서 정부지원사업은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데요. 저도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창업 초기, 다양한 혜택을 받았던 동시에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사업 공고는 이 사이트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통 정부지원사업 프로그램 안에는 멘토링, 강연, 데모데이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스타트업 창업자, AC, VC 심사역들이 멘토, 강연자, 심사위원으로 주로 오게 되어 네트워킹의 기회가 생깁니다. 네트워킹을 할 때는 명함을 주고받는 짧은 시간 안에 사업을 소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엘리베이터 피치'라고 합니다. 엘리베이터 피치의 기술은 아래 글을 참고하길 바랍니다.
앞서 이야기한 AC 프로그램이나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이들이 주최하는 다양한 세미나, 데모데이도 많으니, 참석하여 정보도 얻고 네트워킹 하는 걸 추천합니다.
"커피챗 하며 30분 정도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제가 많이 썼던 말입니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이나 테크 분야에서는 커피챗이라는 용어가 점점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며 조언을 구하는 것입니다. 거절당하기도 하지만 도움을 기꺼이 주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면으로 하기 힘든 경우, 화상 미팅 플랫폼으로도 많이 합니다.
커피챗을 요청하기 위해 좋은 툴이 있습니다. 바로 링크드인입니다. 프로필 검색으로 심사역, 엑셀러레이터, 또는 스타트업 지원사업 관계자를 찾아 팔로우하고 1촌 신청을 합니다. 이들이 링크드인에 소식을 업데이트할 때 추천 및 댓글로 소통하며 라포를 쌓습니다. 활동이 활발한 분에게 DM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커피챗을 요청합니다(여기에서도 엘리베이터 피칭 기술이 필요합니다). 물론 답장을 못 받거나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콜드메일보다는 훨씬 확률이 높을 겁니다.
자신보다 조금 더 앞서 있는 단계의 스타트업 대표들과도 커피챗을 추천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링크드인에서 커피챗을 요청해 보세요. 이들도 사업하는 사람들이기에, 투자자보다는 응답률이 높을 것입니다. 이미 투자자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레버리지 하길 바랍니다.
커피챗을 하며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한 번의 커피챗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커피챗을 하며 상황을 업데이트하세요.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하려면 '기브 앤 테이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 심사역 및 스타트업 대표들은 호기심이 많습니다. 여러분이 파고 있는 분야에서 얻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세요. 조언을 받았다면 액션을 하고 결과를 보여주세요. 그래야 시간을 쓴 보람을 느끼고 다음 커피챗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에서 추천한 세 가지 활동들을 하다 보면 점차 여러분을 신뢰하는 네트워크가 생기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들을 통해 또 다른 잠재 투자자를 소개받거나 추천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스타트업 대표 및 타 VC의 소개는 미팅으로 이어질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입니다.
소개를 요청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소개는 본인의 평판에도 영향을 줍니다. 회사가 덜 준비되었다고 판단되면 소개하기 부담스럽죠. 요청하되, 소개해주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들어도 좌절하지 마세요. 이를 기회로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지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 바랍니다.
소개를 요청하는 시점에는 이미 회사소개 자료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소개를 받은 시점에서 가능한 빠르게 연락하세요. 소개받은 당일을 넘기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최소 12시간 이내 컨택하길 바랍니다. 회사소개 자료를 보내면서 가급적 첫 미팅까지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메일 예시]
"안녕하세요. OOO의 OOO님 소개로 연락드린 (회사명)의 OOO입니다. 소개에도 언급해 주신 것처럼 저희 팀은 (고객의 문제)를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제품명)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팅을 통해 저희 사업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다음 주 화목 또는 그다음 주 목금 오후 시간대에 미팅 가능합니다. 가능한 시간 제안 바랍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본업을 잘하는 겁니다. 우리 사업이 매력적이고 투자가치가 있으면 그들이 찾아옵니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여러분의 사업이 레이더에 발견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 보세요.
스타트업 미디어 활용
제품의 론칭이나 사용자 규모 확대 등 사업 관련 주요 소식을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노출하길 바랍니다. 대표적인 미디어로 플래텀, 벤처스퀘어, 비석세스가 있습니다. EO는 유튜브와 웹지면 모두에서 대표적입니다. 아무래도 일반 미디어보다는 스타트업에 우호적이고 관련 소식도 잘 노출해 줍니다.
블로그와 SNS 활용
회사(또는 개인)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여러분의 사업 관련 키워드를 선점하는 것은 투자를 넘어 고객유치에도 매우 중요한 전략입니다. 블로그에 사업 관련 키워드로 글을 작성하길 바랍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네이버 검색에 가장 유리하고, 구글 검색을 감안하면 티스토리, 미디엄 블로그도 좋습니다. 블로그에 작성된 글은 링크드인과 같은 SNS에 공유하여 여러분의 활동을 꾸준히 알리세요. 콘텐츠를 활용해 앞서 이야기한 커피챗 및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도구로 사용하세요.
저에게 첫 번째 투자자를 소개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고객분이었습니다. 서비스를 너무 잘 쓰고 있다며 투자유치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시더군요. 투자업계에 있는 분을 소개해 주었고, 그 인연이 첫 투자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네트워크가 없지만, 향후 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이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첫 투자는 오래 걸린다. 수많은 거절을 각오해야 한다.
초기에는 엑셀러레이터와 정부지원사업을 지원하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성 있게 네트워크를 만들자.
그러나 네트워크보다는 본업이 훨씬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