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같던 어느 봄날의 투자유치 과정을 떠올리며
대표님 정말 죄송한데요...
그의 전화 첫마디였다. 불안함을 직감했다.
그는 투자 얘기가 끝나가던 VC(벤처캐피털)의 심사역이었다. 4개월 넘게 매달린 가장 큰 곳이었다.
"본투심*을 한 번 더 진행했어요. 안타깝게도 투자 진행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하네요."
*한국의 벤처캐피털의 투자심사 과정은 크게 예비투자심의위원회, 본투자심의위원회 이렇게 두 번에 걸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줄여 예비투심, 본투심이라고 한다.
미안할만했던 것이 사실상 투자가 확정적이라고 했었다. 준비해 준 자료와 커뮤니케이션의 양을 생각해 보면 다른 곳보다 두세 배는 공을 들였으니까.
베트남 출장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받은 전화였다. 그 비행길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리드 투자자가 나가떨어졌으니 다른 투자자들도 안 한다고 하면 어쩌지?'
'너무 순진했다. 투자가 거의 확정적이라는 말만 믿고 여기에만 올인을 하다니...'
'계좌에 투자금 꽂히기 전까지 절대 끝난 게 아니라던 말이 이거였구나!'
'아, 이제 현금이 3개월 치도 안 남았지. X됐다...'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