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궁시렁

by 박나혜

영화를 다시 봤는데 주인공들이 너무 가엽다. 처음 봤을 땐 쿨쿨 졸았는데 다시 보니 왜 이렇게 슬픈지. 특히 여자주인공. (ㅠ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사랑하는 사람은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데 그 사람을 보려면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 범죄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해야만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건 가혹하다. 주말에 놀자고, 퇴근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날도 좋은데 여행 가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란, 너무 가혹하다. 주인공 남자의 지위와 그 남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이 더욱 여성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여성은 불법체류자인 것 같고, 돌봄 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린다. 남성은 형사이고 결혼했고 부자인 것 같다.


이 둘의 사랑은 왜 이렇게 끝나야 했을까? 일부일처제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봤다. 우선 일부일처제가 사라지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자리할 수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여성이 독립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들이 필요하다. 이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일부일처제만 쏙 사라지면 여성은 더욱 억압받을 것이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경우는 하나면 충분하다. 사랑하지 않을 때! 그게 아니라면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살면서 헤어질 결심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제도 밖의 사랑은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결국 헤어짐을 택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니까.

모두가 독립적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하다가 안 맞으면 쉽게 떠날 수도 있는 세상에서는 어떤 사랑이 가능할까? 그 세상에서는 결혼제도가 필요 없으려나? 직업의 차이든 결혼의 유무든 뭐든 상관없이 즐겁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라면 여자 주인공이 결사정진으로 헤어질 결심 같은 걸 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아휴,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데! '안개'를 무한재생시켜 놓고 떠나간 여자주인공을 애도하고 있다. 사랑하기가 참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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