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서 좋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내게 눈을 마주치고 싶다던 그의 행동에서 나는 사랑이 매우 쉽다고 느꼈다. 몇 마디 말과 행동이면 상대가 내게 사랑을 주고 있음을 금방 눈치채버린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 행동은 용기에서 나오는 걸까, 호기심일까, 몸에 밴 따스함일까. 무엇도 꺾지 않고 싶다.
친절한 사랑들이 있다. 사랑 할 줄 아는 자들의 방식이다. "오늘 있었던 일 너한테 말하고 싶어서 빨리 왔어"라며 한 친구는 퇴근 후 우리 집에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는 우리 집에서 자주 묵는데, 그의 일터에서는 참 재밌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에게서 쏟아지는 낯선 표현들과 그가 겪은 하루에 나는 껄껄 웃는다.
여성의 날이라며 내게 선물을 준 친구가 있다. 여성인권에 힘써줘서 고맙다며 능글맞게 내게 장난을 던졌지만, 평소 주변사람들을 섬세하게 챙겨주던 그를 알기에 따뜻함을 느꼈다. 나랑 하는 일도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다른 친구다. 그럼에도 이 친구를 만나면 참 따뜻하다.
온종일 회의와 뒤풀이에 지쳤으면서도 내가 가자는 곳에 함께 가겠다고 한 동료. '힘드실 텐데 좀 쉬시죠'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나 지금 술 먹다가 끊고 가는 중"이라는 메시지가 먼저 왔다. 반전은 결국 내가 못 가서 그곳에 동료 혼자 갔다. 내가 못 온다는 말에 서운해하는 그에게 미안하지만 웃음이 났다.
이 모든 사랑이 친절하다. 친절한 사랑, 쉬운 사랑, 상대가 알아차릴 수 있게 돕는 사랑. 그런 식의 사랑은 순간을 딛고 자라 내 마음에 안긴다. 드라마에서는 ‘돌이켜보니 사랑이었다’는 식의 전개가 잘 먹히던데, 지금을 사는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사랑이 있음을 느낄 때 징하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