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잘 안돼

by 박나혜

삶이 버겁다는 느낌은 느낌이 아니라 아주 당연한 판단이었다.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부족하고, 그로 인해 사랑이 잘 안 된다.


#1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몇 없다. 사회는 ‘선’을 요구한다. 나는 그 ‘선’이 못마땅하다. 각자가 정한 개성이 넘치는 ‘선’은 어디에도 없다. ‘회사니까 이 정도는 견뎌야 한다’ 내지는 ‘사회생활에서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선이 어느 순간 내 세상에 등장해 거대한 유령처럼 떠돈다. 대체 그 선은 누가 만들었나. 그 선이 세상에 있어서 좋은 점은 단 하나다. 노동자가 분노하지 않고 일을 잘하는 것. 만약 개개인들이 자유로운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지킬 각자의 ‘선’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선’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개성이 넘치는 방식으로 서로의 선을 지켜주면서, 함께 얽힐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다.


#2

나는 쉬기 위해 집에서 1시간 거리 떨어진 카페에 왔다. 한강이 보이는 카페이고, 하얀색 톤이고, 카페에서 틀법한 노래가 나오고, 오래 앉아있기 힘든 딱딱한 의자와 작은 커피잔 두 개 정도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책상이 창가를 따라 놓여 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자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해외를 가고 싶었지만 그 정도의 돈이 없었다. 또 항공권, 숙소, 환전 등등을 생각하기가 귀찮았다. 무엇보다 내가 어딜 가든 과연 자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차선책은 값도 상대적으로 싸고 자연도 볼 수 있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없는 한강뷰 카페였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서 보고 있는 자연은 회복할 힘을 가져 여태 숨 쉬고 있으나, 수많은 학대를 당한 강이다.


#3

다양한 감각을 느끼기가 어렵다. 소중한 친구를 뒀지만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은 한정적이다. 모든 경험은 돈을 지불해야만 몇 가지 규격 내에서 허락된다. 사랑은 어떨까. 하도 사랑이 안되니 우리는 이제 mbti로 상대를 파악하려 애쓰고(이 노력이 무쓸모 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연애 유튜버들에게 상대를 독점하기 위한 방법을 배운다. 희생을 사랑으로 오인해 자신의 희생을 자랑스러워하거나, 사랑받는 나에게 과몰입해 사랑을 갈구한다. 이런 식의 사랑은 매번 실패를 부른다. 나는 우리가 관계에 무능력하고, 그 원인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몇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감각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해야만 얻는 감각이 아닌, 언제든 창조해 낼 수 있고,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감각이 도처에 깔려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체제는 소비로 굴러가니, 나를 포함한 우리는 어떠한 것이 풍요로움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4

나는 더 많은 감각을 숨 쉬듯 느끼고 싶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사랑에 성공한 사람들은 위풍당당하지만 이들의 처지는 계속 뒤바뀐다. 규칙을 다시 세우자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 잘 되는 규칙으로 말이다. 세상이 감내하라 요구하는 고통을 수용하는 방식으로는 누구도 회복될 수 없고, 참았다 터뜨리는 식의 쉼은 쉼이 될 수 없고, 지불해야 경험할 수 있고 그 경험마저 규격화되어 있는 사회 속에서 관계 맺기란 버거운 일이 되어버린다. 쉼과 회복과 사랑은 내가 있는 곳에서 숨 쉬듯 가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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