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은유하는 것에 대해서
7 days 뉴욕여행의 마지막 7일차 오후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간소한 일정을 소화했다.
MERCADO Little Spain 은 Hudson Yard 의 쇼핑몰에 위치한 스페인 전문 음식점이다. 여기는 정말 행복한 곳이다. 들어가면 Pulpo a la Gallega(문어요리) 요리를 준비하는 셰프들이 화려한 솜씨로 문어를 손질하고 있고, 우리에게 스키장 스낵으로 친숙한 츄러스도 현장에서 바로 튀겨서 판매하고 있다. 또, 드라이에이징한 돼지고기와 신선한 생선들도 한켠에서 판매되고 있어서 도대체 뭘 먹어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도록 한다.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 가면 Eataly 라는 이탈리아 음식전문점이 위치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 레스토랑을 벤치마킹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양하고 맛있는 스페인 요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종합 푸드코트라는 점에서 동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바라보면 참 뉴욕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는 레스토랑이 많아질수록 뉴요커들은 더욱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코리아타운이라 불리는 거리의 한도막은 Empire State Building 근처에 위치한다. 나 역시도 2번째로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에 코리아타운의 한인민박(나비춤)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교통의 요충지에 묵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특히, Post-war Building (Apartment타입, 2차세계대전이후 지어진 건물)에서 한번 생활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 그런면에서 보면 참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 곳에 묵을때는 귀가방향이 곧 Empire State Building 방향이었다. 뉴욕의 상징적인 건물을 향해서 매일밤 귀가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JFK로 fly-in하는 비행기를 타면 비행기 좌석이 어느방향에 있던지 맨하탄 섬을 내려다 보면서 착륙할 수 있다.(착륙전에 선회비행을 하기 때문에 방향 상관없이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럴때면 어김없이 Empire State building을 찾아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면적이 넓은 센트럴파크지만, 뉴욕의 상징처럼 우뚝 서있는 것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멀리서도 찾아보게되는 건물을 직접 맟닥뜨리게 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방문이 잦아지면서 가슴이 뛰는 세기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이 곳에 오면 목적지 원점에 도달한 기분이 든다.
랜드마크 빌딩은 전세계 어느도시에서나 존재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이해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도시와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 건물을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예를들어, 이 건물이 왜 이 곳에 들어섰는가? (아시다 시피, 완공되었을 무렵-1931년- 뉴욕의 행정/사무 중심지는 다운타운(downtown)이었다.), 왜 이렇게 높게 지어야 했을까?(뻔한 질문이지만 과연 그 목적을 달성했는가를 따지고 보면 뉴욕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관찰할 수 있게된다), 영화 <킹콩>은 유인원 킹콩은 수많은 다른 건물을 제치고 왜 이 건물을 타고 올랐을까?(이 역시도 뻔하다, 가장 높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 건물을 오르는 장면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를 놓고 생각해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이 건물의 가치를 또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와 같은 질문들은 은근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좋은 정보를 주는 질문이 될 것이다.
차일피일 미루던 일을 처리하고자 빠르게 이동했다. 사실 당일까지도 고민하던 일정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서두르고 정신이 없었다. 부산스럽게 도착한 곳은 Le Labo, 선물같은 심부름을 하기위해 찾았다. Empire State Building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향수를 사면서 여행지에서 향수를 사서 모으는 것도 좋은 생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후각은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과 가장 가까운 부위에서 처리하는 감각정보라서 오래된 기억을 상기시키는데 후각이 사용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만약 정말 좋아하는(가능하면 unique)한 향수를 발굴하고 사서 집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 아주 가끔 향수를 뿌리면서 그 때 당시의 느낌, 기억 모두를 상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내가 향수가게로 향하는 것을 주저했던 이유는 일정이 빡빡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곧장 TWA Hotel에 갈 계획이었는데 향수를 사고 캐리어를 찾고하다보면 보나마나 시간이 많이 뺏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향수를 사고나니 여유시간이 모두 사라졌다.
많이 아쉬웠지만, 다음에 뉴욕을 방문하면 꼭 객실에 숙박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보다 10년정도 앞섰던 에로사리넨(Eero Saarinen)의 작품
이 건물이 특별한 이유는 독특한 형태 때문이다. 지금은 건물에 곡선을 사용하는 것이 흔하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을 수 있겠지만, 이 때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도면을 그려야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건물을 지으려면 최신의 공학기술과 설계인의 굳은 의지가 필요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그러하였듯 에로사리넨은 여기서도 곡선을 자유롭게 사용하였는데 멀리서 보면 새가 날아가는 형상이라 비행기 터미널로도 잘 어울린다.
TWA Flight Center로 설계된 본 건물은 2019년, TWA 호텔로 레노베이션 되었다. 처음 지어졌던 1960년대와는 차원이 다른 항공보안시스템을 소화하기에 부조한 건물이었기 때문에 국내선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가 터미널 확장 및 활주로 신설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호텔로 재개발 되었다.
여행을 삶에 은유하고 싶었다. 그러면 뭔가 있어보일 것 같고 감성적인 글쓰기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이리보고 저리봐도 글이 잘 써지질 않는다. 내 마음은 이 말이 엄청난 거짓부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듯 했다. 여행을 삶으로 은유하는 것을 수차례 도전해봤지만, 나마저도 그 글을 두번다시 읽지 않는다. 삶을 너무 감상적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재미가 더럽게 없다.
삶이 여행이되고, 여행이 삶이 되는 것은 참 생각만해도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세상에 살아가는 많은 이들중 대부분은 삶을 여행하듯 살정도로 넉넉하지 않으며 여행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만큼 용기와 여유가 있지도 않다. 다만 바라건대 살다가 어느 순간만큼은 오금이 저릴만큼 짜릿하게 지긋지그한 일상을 탈출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걷는 길의 방향이 집으로 향해있지 않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객사'라는 말이 있듯이 삶과 여행은 그렇게 한 묶음으로 바라보는 편이 현명하겠단 느낌을 가졌다. 그렇게된다면 비로소 삶은 역설적이게도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탈출할 일상이 없으면 여행도 사실 필요가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