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럼에도,

by 무연

(이 글은 2022년 1월 17일. 무너졌던 어느 날의 기록이다. 나는 이것을 생존 일지라고 부르고 싶다.)




아팠다.

언제나,

늘.


그렇게 항상

나는, 아팠다.


별 수 없는 것은,

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별 수 없다.


꾸역꾸역,

삶을 이어간다.

끝내지 못하는 삶이다.


무섭다.

이 끝이,

이 시작이.

나는, 언제나 무섭다.


의사의 말이,

슬펐던 이유는,

그렇게, 언제나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내 자신이,

가여웠기 때문이었을까.


언제나,

괜찮음을 가장해야 하는,

내가

그런, 내가

장애를 가졌음에도,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사실은,

집중하기 힘들어.

사실은, 노력하는 것이 힘들어.

사실은,


사실. 그 안에,

너무 많은 것을, 감추고 있어.

사실이라는 단어에,

나는

없다.


기준,

기준.

그,

모두

의 기준.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나의 모든 존재와 흔적이

이대로,

하염없이 이대로,

지워졌으면 좋겠다고.

증발해버렸으면,

좋겠다고.


나,

라는 사람이

그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애초에,

아예

그랬다면,

이렇게,

아프지도,

사라지는 것이,

무섭지도,

않을 텐데.


받아드릴 수 있을까.

나를,


나를,

혐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절벽으로 내민 것은,

나였다.


나.

세상,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만들어낸,

나.


벗어낼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역시,

사라지고 싶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 되어지고 싶다.

떠나고 싶다.


가여운,

나.

없어질,

나.


잘,

하고 있어.

그럼에도,


정말,

잘 하고 있어.

그걸 버텨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언제나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라는 거,

알고 있어.


언제나,

그렇게 보이기 위해,

때론,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애를 쓰고 있다는 거

알아.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


너를,

언제나 메어서

미안해


그 안간힘이,

언제나 버거웠다는 거,

알고 있어.


때로는,

죽어야만 끝날 것 같다고

그렇게 언제나

절벽에 매달려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새벽이 오지 않는 밤에,

새벽이 보일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에,

목이 메여

결국에도,

그럼에도,

그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아프다는 외침이,

언제나 허무하게 돌아올 때의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어.


눈물조차 말라,

쉽게 울지 못하는,

그저 웃음으로,

눈물을 대신하는 거

알고 있어.


언제 괜찮아질까.

오늘일까,

내일일까.

오긴하는 걸까,

짙은 어둠만 있는 그 굴속에서,

잔뜩 웅크린 채,

발톱만 꼼지락거리고 있는 거,

알고 있어.


언제나,

가면을 그려붙이고,

내가 아닌 내가 되어,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거

알고, 있어.

다, 알고 있어.

난, 다 알고 있어.


그래,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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