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였다.
하루가 아슬아슬했다. 감정은 몇 번이나 들끓었고, 가슴은 한없이 조여왔다. 누구와 부딪히지도 않았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피를 보지도 않았지만, 그게 더 힘들었다.
그저 버텼다. 정말, 겨우. 스스로가 스스로를 해치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그 하루의 끝에서 나는 한강 근처 벤치에 앉아 있었다.
햇살은 아직 남아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노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분홍빛이 퍼지는 하늘과 그 틈새를 날아가는 새들, 멀찍이 보이는 아파트 단지의 불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손에는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가 하나. 차가웠지만, 묘하게 따뜻한 위로 같았다. 캔을 따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걷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앉아 하늘을 보고, 다리를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을 바라봤다. 자동차들은 바쁘게 지나갔다. 어떤 차는 무심하게 다리를 건넜고, 어떤 차는 무언가를 바삐 싣고 지나갔다.
그 속에서 나는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눈물이 났다. 갑자기, 이유 없이. 울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은 하늘빛처럼 조용히 무너졌다.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사람들이 나를 보지 않기를 바랐지만, 누군가가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오늘 하루를 해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없는 하루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손가락에 꼽을 만큼 소중한 하루였다. 죽고 싶다는 생각 없이, 자해 없이, 누구도 해치지 않고, 온전히 살아낸 하루.
나는 그 하루의 마지막을 이 평화로운 풍경과 함께 맞이하고 있었다.
하늘은 더 짙어졌고, 분홍빛은 보랏빛으로 바뀌어 갔다. 강물 위로 불빛이 잔잔하게 퍼졌다. 나는 알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순간이 내게 얼마나 필요한 위로였는지. 가끔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가끔은 그게 전부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그래도, 하루는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