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주년

30주~31주

by 당케맨

보건소에 갔다. 산모 백일해 접종 지원 사업 예산이 연말이라 전부 소진되었다. 대신 해당 구에 거주하는 구민에게 지원해 주는 사업이 있어서 그걸로 접종했다. 병원에서는 5만 원 정도 한다는데, 보건소에서 맞으니 남편도 산모도 2만 3천 원이다. 산모 독감주사는 병원에서도 무료라 정밀초음파 보러 간 김에 병원에서 맞았다.


3차 정밀초음파를 봤다. 비급여다. 초저출산 국가에서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초코우유와 초콜릿까지 먹고 고군분투해서 마주한 우리 딸 얼굴. 너무 귀엽다. 사랑스럽다. 아내는 완전 나랑 판박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아내를 점점 닮아가는 것 같다. 특히 입술과 턱이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초음파 사진으로 어떻게 아냐고 하겠지만 ^^;;

병원 진료 끝나고 데이트를 했다. 공기업 인턴할 때, 점심으로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에 아내를 꼭 데리고 가고 싶었던 식당이 있었는데,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점심시간에 가면 웨이팅 지옥이라 휴가 내고 느긋한 평일에 식사 시간을 피해서 드디어 먹어본다. 살짝 긴장했으나 뭐든 좋아해 주는 아내는 역시 대만족. 그런 아내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대만족.


겸손하게 말하자면, 나도 어딘가 쓸모가 있다. 집 근처 유명 케이크가게(?)에서 신규 출시한 에그타르트 작명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한 상자를 무료로 받았다. 아내가 SNS 이벤트를 보여주며, 이런 이름 어떠냐고 했다. 나는 폰을 낚아채 '이런 건 또 내 전문이지. 줘봐.' 하고는 5분 정도 생각하고 몇 개 적어 줬다. 아내는 옆에서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르냐며 연신 엄지 척을 외쳤는데, 결과적으로도 진짜 당첨되어서 내가 다 놀랐다. 집에서 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꿀맛. 그리고는 낮잠도 잤다.


일어나서 저녁에는 산책을 했다. 아내의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행동이 불편해 보인다. 샤워를 도와줬다. 튼살크림도 발라줬다. 조카와 처형이 와서 같이 저녁 먹었다. 집 앞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했다. 계란 4,900원, 두부 500원 어묵 500원 콩나물도 500원 이것저것 잔뜩 사서 28,000원. 오늘 점심에 쓴 돈이 30,000원인데, ㅎㅎ 이걸로 다음 주 금요일까지 저녁을 해결해서 생활비를 아껴보자고 다짐한다.


10/30

아내가 일찍 잠들었다. 새벽에 잠 못 들면 어쩌나 했는데 그대로 아침까지 잤다. 화장도 안 지우고. 대단.

나는 같이 밥 먹고 산책하려고 했는데, 설거지하고 랩퍼블릭 보고 나니까 자고 있다. 혼자 실내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5km를 뛰었다. 지난 일요일 마라톤 후유증으로 발에 물집이 있는데 아프지만 계속 뛰다 보니 정신이 맑아진다. 살 꼭 빼야지.


10/31

매일 아침 아내가 챙겨주는 바나나 1, 사과즙 1, 비타민 1 ㅎㅎ 아내의 사랑.


11/1 비가 많이 왔다. 요즘 매일 달리는 중.


11/2 토요일 결혼 2주년 기념 데이트

와인색 꽃다발, 빅토리아케이크, 포토이즘, 맛있는 점심 대파파스타, 트러플리조또, 아난치니.. 하지만 집에 와서 저녁에 아내가 해준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었다.

11/3

러닝화를 사다. 장인어른 환갑 축하 한우파티



아내에게

여보. 올해에도 그대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들었어요. 사실 키보드로 먼저 치고 옮겨 쓰는 것이지만요. 올 한 해는 특히나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잘하고 싶었는데,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게다가 내가 모자란 부분이 참 많구나 느끼기도 하는 한 해였어요. 소중한 사람이 떠난 슬픔도 소중한 생명이 찾아오는 행복도 같이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해요. 20살에 만나 어리던 우리도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커가고 있음을 조금은 알게 되는 날들이었어요.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고맙고,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나를 더 위로해 주는 그대에게 더 고맙고, 정말 고생 많았다고 또 앞으로 잘해나가자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늘 말이 글을 따라가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 부분이 참 어렵네요.


매해 편지를 쓰지만 2주년은 더욱 특별한 느낌이 드네요. 여행도 많이 다녔고, 재밌는 일들도 많았죠. 내년에는 우리 딸과 함께 이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까 더 기대가 되네요. 조금 더 부지런히 기록해서 까먹지 않고 소중한 시간들로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할 텐데 나 잘할 수 있겠죠? 부족해 보여도 이쁘게 봐줘요.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하고, 슬프고, 놀랍고, 화나고, 감사하고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찾아오겠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 의지하고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고맙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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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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