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사랑하기

28~29주 차

by 당케맨

아내와 함께 휴대폰을 바꿨다. 휴대폰은 화면이 안 나올 때까지 쓰던 내가 우리 딸 이쁜 사진 많이 찍어주려고 갓 출시한 아이폰16으로 큰 마음먹고 질렀다. 나는 취미가 없다. 음.. 관심사는 많은데 꾸준히 깊이 있게 하는 취미는 없다는 게 정확하겠다. 유일하게 꾸준히 하는 거라곤 만화랑 웹툰 보기다. 이외에 가지게 된 습관이나 취미는 모두 아내 덕분이다.


첫 번째 취미는 대학 때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했던 아내 덕분에 생긴 영화감상. 아내가 마치길 기다리면서 팝콘 잔뜩 얻어먹고 좋은 자리에서 영화도 실컷 보곤 했다. 내 감수성의 절반은 이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두 번째가 여행과 사진이다. 아내 만나기 전엔 비행기나 기차 한번 안 타본 촌놈이었는데, 여행 좋아하는 아내 만나서 이곳저곳 참 많이도 다녔다. 자연스레 집돌이인 내가 여행은 좋아하는 인간이 되었고, 여행지의 예쁜 풍경과 아내를 담고 싶어서 사진에도 관심이 생겼다.


사실 물어보진 않아 검증은 안 됐지만 아내도 나 덕분에 생긴 취미가 있다. 그건 바로 요리다. 아내는 나와 결혼하기 전까지 독립을 해본 적이 없는 귀한 딸이었다.(사실 학교나 직장이 가까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장모님이 늘 나를 더 걱정하시며 미안해하셨다. 세탁기 한번 안 돌려 본 애랑 결혼한다니 걱정하실만했다. 그런데 웬걸? 결혼하니 맛있는 요리를 매일매일 해주는 게 아닌가. 아내도 나도 배달음식 시켜 먹거나 외식하는 습관이 없어서 늘 집밥을 먹게 됐다. 물론 내가 자취할 때 '집밥 = 라면'이었지만 아내는 내가 라면 먹는 걸 안 좋아하기 때문에 두 손을 걷어붙였다.

아내는 장모님을 닮아 손맛이 있다. 그게 참 신기하다. 배우지도 않았을 텐데, 먹고 자란 음식이 맛있어서 그런지 간을 귀신같이 맞추는 거 보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 싶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요리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비법은 사랑이다. 사랑이 담긴 시선과 손길은 늘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잘하고 싶다고 욕심부릴 필요가 있나. 일하는 것도 아닌데, 고작 취미를 가지고 완벽히 잘 해내지 못하면 부끄럽다고 겁을 먹고 있는 내가 우습게 느껴진다.


사랑은 누구나 서투른 법이다. 그게 배우자를 향하는 사랑이든, 자식을 향한 사랑이든 말이다. 서투른 사랑으로 만들어낸 것 역시 서투를 수밖에. 하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백점 만점이 되는 마법도 있는 법이다. 이상 휴대폰을 바꾼 나의 자기 합리화였다. 그러니 우리 아내와 아이 이쁘게 사진 많이 찍어 줘야지.


나는 월초와 월말이 바쁜데, 특히나 이번 주는 더 바빴다. 분기별로 하는 부가세 신고까지 겹쳐서 정신이 없었다. 급여 작업도 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터져서 아내가 임신한 이후로는 집에도 빨리 가고 더 신경 쓰려고 하는데, 이번 주는 도저히 안되었다. 이해심 넓은 아내는 짜증 낼 줄 알았는데 쿨하게 받아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누구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매일 실컷 먹었더니 사랑이 잔뜩 찌고 말았다. (내가 밥을 한 공기만 먹으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본다.) 나름 날렵하고 멋진 남편이었는데, 요즘 부쩍 아내가 '물론 여전히 잘생겼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해 살을 좀 빼야 하지 않겠냐'라고 스리슬쩍 이야기한다. (당신이 먹였잖아.) 그래서 다시 점심에 도시락을 열심히 싸고 있다. 물론 아내가 해주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번엔 며칠이나 갈까 나의 다이어트.

10월 26일 토요일

아내와 데이트를 했다. 오랜만에 전포 나들이. 인생네컷도 종류가 다양했다. 나는 스티커사진을 뭉뚱그려 인생네컷이라 부르지만 여기도 업체별로 기계나 찍는 방식이 다양한가 보다. 아내가 찍고 싶었지만 줄이 길어서 못 찍었던 (어떤) 인생네컷도 운 좋게 줄이 없어서 찍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가고 마치 대학생 때로 돌아간 듯이 즐거운 데이트였다. 우리 아이 낳고도 전포 데이트 할 수 있을까?


10월 27일 일요일

바다 마라톤 참가. 사내 마라톤 동호회에 회비 낸 것이 아까워 반 강제 참가. 나 분명 중학교 때 육상부였는데, 시대표가 되어서 도대회도 나갔었는데, 세월이 야속하다. 끝나고 먹은 삼겹살에 소주 맛이 잊히지 않는다. 이래서 러닝크루가 대세구나? 집에 와서 뻗었다가 저녁에 눈을 떴다. 우리 딸 운동회 때 창피당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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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