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 차
임당이란 무엇인가. 결혼 전에는 전혀 모르던 단어였다.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임당을 조심해야 한다.' '임당 걸리면 고생이다.' 등의 말을 들을 때도 영원히 상관없을 것처럼 지나쳤다. '임신성 당뇨' 단어만 들어도 무시무시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임신 후 단걸 많이 먹고 살이 찌면 걸리는 건가 하고 어린애들이 사탕 많이 먹어서 충치 생기는 정도로 여긴 나 자신이 바보 같다.
보통 임당검사는 24주 - 28주쯤 한다. 임신 초기를 무사히 넘기고 안정기에 들어선 우리는 터진 입을 주체하지 못하고 잘도 먹었다. 특히 아내는 빵이나 간식류를 평소에 잘 먹지 않았으나 임신 후에는 밥 먹고 디저트, 아이스크림, 과일 중 하나는 늘 찾았다. 잘 먹는 아내를 보며 귀엽고 흡족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임당 검사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불안해진 나와 아내는 부랴부랴 조심하는 '척'을 시작했다. 나도 괜히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 '너무 단 거는 피해야 한다'는 둥 잔소리를 하고, 아내도 산책을 좀 해야겠다면서 저녁에 같이 걷기 시작했다. 내가 걷자고 노래 부를 땐 안 나가더니 배신감이 들면서도 같이 걸으며 대화를 하니까 참 좋았다.
아내는 임당에 대해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체중이 중요한 게 아니야. 날씬한데도 임당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대'라거나 '양배추가 좋다더라'며 며칠간 식탁에 양배추 샐러드가 빠지지 않는다거나 말이다. 웨딩촬영 전날에도 식욕을 못 참고 닭강정을 먹었던 우리 치고는 잘 버텨낸 것 같다. 물론 홍게가 먹고 싶어서 포항에서 당일배송으로 삶아 먹고 라면도 먹고 볶음밥도 먹고 다 했지만.
아내는 긍정왕이라 어떤 사람은 임당이라 임신 기간 동안 꾸준히 조심하니까 체중 관리도 되고 오히려 좋았다는 이야길 하며 웃었지만, 내심 걱정되어 보였다. 아기도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양수도 적당하다고 했고 체중도 이만하면 적당히 찐 것 같은데 설마 임당이겠냐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나 걱정이라면 임당은 아이한테도 좋지 않다는 것 때문에 괜히 마음이 더 쓰인다. 그렇게 임당 검사의 날이 왔다.
시약을 먹고 한 시간 후에 채혈을 한다. 얼마나 간단한가.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먹어볼 순 없으니 아쉬웠다. 그리고는 초음파로 우리 딸도 보고 왔다. 너무 잘 크고 있다. 귀여워 죽겠다. 분명 웃으며 하하 호호 집에 왔다.
그러나 다음날 아내의 "나 재검해야 한데."라는 연락에 깜짝 놀랐다. 아내는 약간 갸우뚱한 상황이었다. 수치가 140 이상이면 임당이라던데 137인데 재검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130~140 사이는 병원마다 다르게 판단하나 보다. 주변에서 130대였으나 정상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가 다니는 병원은 130 이하로 떨어져야 최종적으로 정상이라고 해주는가 싶기는 한데, 괜히 사람 힘들게 하는 것 같고 상술이냐는 생각까지 했지만, '아기랑 산모 위해서 더 꼼꼼히 봐주나 봐'하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판단 방법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검사 결과에 철분도 부족하다고 나왔다. 보건소에서 받은 철분제를 같이 먹다가 병원에서 처방받으면 액상형 철분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처방받아먹고 있다. 그나저나 말도 안 돼. 임당 재검이라니 우리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재검은 생각보다 빨리 받아야 했다. 1주일 내로 하라고 해서 조심할 것도 없이 바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재검은 더 힘든 게, 1시간마다 그 액상을 마시고 측정을 해야 한다. 옆에서 보는 내가 더 괴롭더라. (그래놓고 병원 앞 김밥가게 가서 김밥에 국수 먹고는 반차라 출근을 했다.) 아무튼 마음 고생한 것에 비해 결과는 정상이었다. 허무하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일까.
사람이 웃긴 게 정상이라고 몸 관리를 안 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주어진 것 마냥 다시 즐겁게 먹고 놀았다. 뭐 어쨌든 산모 마음 편하고 행복한 게 최고의 몸관리 아니겠냐며 또 한 주를 즐겁게 보냈다. 아가야 너도 그게 행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