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글

by 당케맨

긴 글은 아니지만 문장을 모아 글을 몇 편 쓰다 보니 느낀 점이 있다. 문장들을 잔뜩 미발행 목록에 모아두고 차마 공개하지 못한 변명이라면 변명이 되겠다. 글은 태어난다. 마치 아이처럼. 열 달을 품어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데, 매주 쉽게 글 한 편을 쓰겠다고 목표한 게 문득 우스워 보였다. 글에 나오는 소재나 감상은 차곡차곡 시간을 쌓아서 다듬어져야 재미나 감동이 생길 텐데, 갑자기 몹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윤동주 시인을 사랑한다. 그가 남긴 쉽게 씌어진 시라는 글을 읽을 때면, 절대 쉽게 쓰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진달까. 쉽게 쓴 게 아닐 것인데, 겸손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달까. 그런 느낌을 받는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멋진 글을 써봐야겠다고 시작했던 나의 일기(편지)를 돌이켜 보면 용감하다고 칭찬하고 싶기도 하고, 생각이 짧았다고 민망스럽기도 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 글자라도 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전달할 수 없으니 시작한 걸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면서 그리고 우리 아이를 기다리며 보낸 시간들을 보니 글쟁이도 아닌 내가 매주 좋은 글을 쓰는 게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 글의 독자는 사실 아내이자 아빠가 궁금해질 때쯤 우리 아이니까 거창할 것 없지만, 일단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쉬운 글이란 없다. 아주 사적이라 거리낄 것 없을 서랍 안의 일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완벽하게 사적일 수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그런 일이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써서 기록하는 마음으로 남겨야지라고 가볍게 시작했어도 욕심이 큰 나에게 쉽지 않은 여정이 되어 스스로 걱정과 부담을 안았다.


이런 생각이 드니. 메모는 많아지지만 글은 쉽게 써지지 않고, 글을 완성해서 올리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다. 게으름을 포장한 것도 맞다. 아무튼 그렇다. 우리 아이를 기다리는 소중한 시간들과 다신 없을 아내와의 둘만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남겨두고 싶지만 그걸 밀도 있게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너무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차곡차곡 알차게 써내려 가야겠다. 아이와 성장하면서도 이 마음가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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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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