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승호 Sep 03. 2024

알로하, 나의 엄마들

#좋은샘의 책 읽기 5

#작가_이금이

#출판사_창비


이금이 작가님의 '허구의 삶'이라는 작품을 읽고, 다른 작품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두 번째 책인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초등학교 4학년 조카도, 형수님도, 일흔이 넘으신 우리 어머니도 마음이 짠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고 추천해 주신 책이다.


첫 장을 읽으면서 다음장이 궁금해지는 묘한 힘을 가진 책이었다. 주인공 '버들'이라는 구한말 시대를 살아낸 한 여성의 삶을 통해서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시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소설에는 세 여성이 등장한다. 버들은 몰락한 양반의 딸이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일본인들에게 맞아 죽은 큰 오빠. 그래서 홀어머니 밑에서 삯바느질 하면서 어렵게 삶을 살아내는 여성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버들의 눈과 입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번째 여성은 홍주라는 인물이다. 그녀의 집안은 장사로 성공해서 돈으로 양반을 샀다. 홍주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서 남편이 죽고 과부가 되어 집으로 다시 돌아와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삶을 살게 된다. 당시 과부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송화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금화라는 무당의 손녀다. 당시 무당은 백정과 같이 최하층민에 속한다. 그래서 송화는 무당의 손녀로 마을 주민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기 일쑤였다.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지지 않았다. 앞에서 말한 버들과 홍주도 마찬가지였다. 송화라는 인물은 천민 여성들을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세 여성은 모두 동갑이다.


보부상을 하는 부산 아지매로 부터 세 여성은 포화(하와이)에 있는 남성들을 소개받고, 사진결혼을 하게 된다. 부산 아지매는 그녀들에게 포화(하와이)를 지상낙원으로 소개해준다. 그리고 남성들이 모두 차를 가지고 있거나 지주라고 소개해주면서 그곳에 가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준다. 이런 거짓말에 속아서 미지의 땅 포화에 가게 된 세 여성의 운명을, 구한말 하와이 이주노동자로 힘겹게 살아낸 우리 선조들의 삶과 오버렙 시키면서 읽는 이로하여 금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게 만든다. 그곳은 조선에서 어떻게 살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양반도, 중인도(과부), 천민(무당의 손녀)라는 그 어떤 것도 그것에서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낯선 곳에서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그들은 조선인이었다. 


이야기 중간중간 포화(하화이)에서 일어나는 독립운동을 버들의 남편인 태환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려진다. 이승만과 박용만으로 인해서 작은 한인사회가 갈등과 반목을 하게 되는 장면. 이승만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박용만이 어떤 인물인지 아주 간략하게 나와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조국을 원망하기보다 자신들의 임금을 쪼개서 독립을 위해서 후원하는 이름도 없는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등장한다. 하와이라는 미지의 땅에서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작은 반전이 있다. 세 여성의 삶과 그 속에서 태어난 2세들의 삶이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2세의 시각을 통해서 이야기 끝까지 긴장감이 팽팽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꼭 읽어보시기를)


이금이 작가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 사를 다룬 책을 읽다가 그 책에 담긴 한 장의 사진에 영감을 얻어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1903년 1월 13일, 102명이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도착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들은 사탕수수 밭에서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야 했었다. 이 이야기는 김영하 작가님이 쓴 '검은 꽃'과 같이 읽기를 추천한다. 검은 꽃은 멕시코로 이주해서 유카탄 반도의 드넓은 에니켄 농장에서 노예처럼 살아간 이민 1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힘없는 조국을 떠나서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가득 안고 떠났던 하와이와 멕시코의 삶은 실로 처참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자신들의 가진 것을 기꺼이 내놓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그것이 바로 우리 가슴속에 깊이 박혀있는 조국애라는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살아낸 우리 엄마들의 위대함에 새삼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모성애라는 말로로 간단하게 표현해서는 안 되는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함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구한말시대의 엄마나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한 586세대의 엄마나 82년 김지영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엄마나 동일하게 시대를 살아내며 이 시대를 지탱해 주는 초능력을 가진 엄마들이다. 아마도 이런 엄마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도 말없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계시는 엄마가 가슴 벅차게 고맙다. 그리고 나의 옆에 있는 내 아내 이남희, 하윤이 엄마. 그녀와 함께 하는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감격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한 부분으로 내가 이 책을 읽은 마음을 글로 마무리하고 싶다.



젊은이들 뒤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바다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 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러 닥칠 것이다.


버들은 홍주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저쪽에서 이이들을 따라다니는 송화를 바라보았다.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중 (334쪽)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6466932&start=slayer


이전 04화 마사코의 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