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자 작가의 단편집이다. 얼마 전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부천에 있는 중고 책방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책 중간에 익숙한 글도 하나 발견해서 무척 기뻤다. 어디서 본듯한 글이어서 찾아보니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는 글이었다.
한 편 한 편 글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읽는 내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우리 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글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슬프지만은 않았다. 나라가 망하고, 짓밟히고, 굶주렸지만 그런 나라를 여전히 사랑하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우리 민족들의 숭고한 정신을 느낄 수 있어서 책을 덮으며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다.
창 씨 계명을 거부하거나, 생체 실험대상이 되어서 죽어가고, 위안부로의 삶을 살았지만 나라를 잊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모습에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발버둥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정치가 좌우로 갈려져서 싸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가 살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면서 이름도 빛도 없이 삶을 살아 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가상이지만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 아픈 일제 강정기 이야기들이지만 꽃이 있고, 노래가 있어서 덜 마음 아프고, 덜 괴로운 책이다. 그래서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함이 올라고에 만드는 책이다. 이 시대의 저마다의 크고 작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꽃과 노래로 그 아픔을 어떻게 이겨 낼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파랗게 젊은 일본 순사가 조선 사람이었기 때문에 열 배의 힘을 넣어 내려친 곤봉 자국을, 막 오십 줄에 들어섰던 방귀 아저씨는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겁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