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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ug 04. 2022

5. 엄마, 우리 입양할 거야

  입양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사실을 알린 건 친정 엄마였다. 주말에 엄마와 간단히 산책을 하고 갔던 카페에서 엄마에게 입양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엄마가 어떻게 앉아 있었었는지, 그 날의 공기, 카페의 분위기, 우리가 앉았던 의자와 음료까지 모두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되고 엄마와 내가 그렇게 마주보며 울었던 날이 언제였을까? 우리는 모두 울었다. 펑펑 울었다.

  하지만, 분명히 해두고 싶은 건 엄마의 울음이 슬픔의 울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제껏 난임 시술을 해온 딸에 대한 위로의 눈물, 결정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자식의 마음 고생이 안쓰러운 부모의 눈물, 둘만 살겠다고 하지 않고 부모가 되기로 마음 먹은 딸 부부가 대견해 흘리는 눈물  같은 것들이었다.

  사실, 엄마는 우리가 입양을 하지 않을까봐 더 걱정했었다. 엄마는 시술을 하면서 점점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말라가는 딸을 안타까워 했다. 몇 번의 시술이 실패하자, 엄마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입양을 권했었다. 꼭 배로 낳아야만 자식은 아니라고, 너무 힘든데 계속 하면 몸만 축난다고. 난 내자식이 더 귀하다고. 그런데 엄만 둘만 사는 것보단 자식 키우는 기쁨도 알고 살면 좋겠다고. 그게 참 귀하다고. 나보다 더 귀한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쁨인 줄 아느냐고.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한 게 민망할만큼 나는 씩씩하게 답했었다.

  “몇 번 더 해보고 안 되면 입양할 거야. 엄마, 우리 입양도 생각하고 있어.”

  그제서야 엄마는 마음 놓고 엄마 속이야기를 했었다. 주변에 아이 없이 사는 부부들 중에도 나이들어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3, 40대엔 아이가 없는 게 오히려 편할지 몰라도 나이들면 며느리, 사위도 보고 싶고, 손주도 부러운 법이라고. 나이가 들면 가족이 더 소중해지니까.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는다고. 너희가 고양이나 키우면서 살까봐 걱정이었다고.

  엄마는 예상대로 우리의 입양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먼저 공개 입양으로 할 거냐고 묻기도 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처음부터 밝히고 키우라고 말해주기까지 했다. 언제쯤 아이가 오는지, 절차가 어떻게 되는 건지도 하나하나 물었다.

  우리집엔 아직 아기가 없었다. 내가 맏이고, 남동생은 혼기가 꽉 찼지만 아직 결혼은 멀었다. 우리 가족은 아이를 기다리며 명절을 맞고, 어린이날을 넘기고, 크리스마스를 지났다. 가족끼리 모여도 다 큰 어른들끼리는 참 재미가 없었다. 뭔가 쪼꼬만한 애기가 어른들 사이를 뛰어 다녀야 그나마 명절 분위기가 날 것 같았다. 너무 무미건조한 시간들이었다.

  이제 곧 이 집에도 아기가 올 것이다. 명절이면 제 몸엔 아직 큰 듯한 한복을 입고 연습해온 큰절을 하고 새뱃돈도 받고, 엄마가 구운 전을 홀랑홀랑 집어먹고, 어린이날 선물을 풀어보고,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방긋방긋 웃는 이 집의 첫 아기. 엄마에게도 이제 할머니가 될 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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