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울긋불긋 단풍이네 그려.
넌 이미 알고 있다고.
글을 쓰다가 머리를 긁는다. 쓱쓱 쓱쓱. 벅벅 벅벅. 처음에는 한 손으로 긁다가 아예 키보드에서 두 손을 다 떼고 본격적으로 긁기 시작한다. 양 쪽 귀 위에서부터 정수리 목 근처까지 벅벅 긁었다. 벅벅 긁다 글을 쓰고, 글을 쓰다 또다시 벅벅 긁는다. 분명 아침에 일어나 샴푸도 했고, 꽤 시간을 들여서 씻어냈는데 왜 이리 간지럽지?, 싶은데 손바닥이 또 간지럽다. 손바닥을 펴서 보니 여기저기 울긋불긋 단풍이네 그려. 또 시작된 것이다. 화장실에 가 얼굴을 본다. 울긋불긋 여기저기 붉은 기가 가득하다. 오늘은 또 화장은 건너뛰어야겠다. 그나마 마스크는 끼니까 다행이네. 모나리자가 될 순 없으니까 눈썹만 그리고, 뷰러로 속눈썹만 올려야겠다.
약상자 통을 뒤졌다. 동네 내과에서 받은 약, 피부과에서 받은 약, 대학병원에서 받은 약들이 있다. 모두 항히스타민제이다. 한 봉지를 털어 넣고 두 봉지를 더 뜯어 가방에 챙겨 넣었다. 언제부터인가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그러다 발바닥이 간지럽고, 간지러운 부위에는 붉은 반점이 올라왔다. 붉은 점이 찍힌 곳도 있었고, 붉은 기운이 스케치북에 붉은 수채화 물감을 찍은 듯 번져있는 곳도 있었다. 첨엔 손이 건조한가 해서 핸드크림을 바르고 다녔다. 이 붉은 기운은 손에서 팔, 발에서 다리로 번지더니 온 몸으로 번지고, 목을 타고 얼굴로 올라왔다. 어느 날 밤에 불을 꺼놓고 벅벅 긁으며 텔레비전을 보다가 화장실에 갔다. 팔, 다리, 몸통에 얼굴까지 올라온 붉은 반점을 보고 좀 놀라 자는 남편을 깨웠다. 남편은 밤이라도 응급실에 데려가야 하나, 내 얼굴을 한참 보며 고민했다. 피부과에 가봐도 딱히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 혹시 몸안에 어떤 문제인가 싶어 내과를 가보기도 하고, 류머티즘내과에 가서 검사도 해보고, 대학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도 받았지만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집에는 항히스타민제만 가득 쌓였다. 저걸 계속 먹어도 되나 싶어 쌓아 놨다가 증상이 심해지는 날엔 챙겨 먹는다.
항상 이러는 건 아닌데, 꼭 한 번씩 시작되면 꽤 오래 지속된다. 거의 두 달 넘게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또 몇 달은 잊고 지낸다. 이런 상황을 기록해보기도 했었는데 이 주기가 뭘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건조해서 그런 거 같다고 생각해봤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피곤해서라고 요즘엔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도 정확하진 않다. 어쨌든 거의 5년 넘게 이런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유도 모른 채. 가장 무서운 건 이게 무엇인가의 전조 증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다. 뭔가 문제라고 내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데 당최 모르겠다. 단순히 면역력이 떨어져서인가 봐, 피곤한가 봐라고 말하기엔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주 얼굴이 붉어져서야 일상 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다.
문제는 나 스스로도 이 증상에 둔감해지고 있다. 증상이 시작되면 화장도 할 수 없고 수시로 간지러워 매우 불편하다. 그러면서도 또 그러는구나 하면서 병원엔 가지 않는다. 집에 약이 이미 많고, 가봤자 달리 들을 말이 없어서이다. 이러다 또 증상이 스르륵 사라지면 걱정도 함께 스르륵 사라진다. 그리고 갑자기 증상이 시작되면 새삼스레 덜컥 겁이 나는 것이다.
이럴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살이 쪄서 그런가?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체지방률이 높은 편이다. 이건 그냥 타고난 것 같았다. 날씬하다고 여길 때에도 항상 마른 비만에 지나친 체지방률을 자랑했다. 지금도 보통 체형이지만 체지방률은 40%에 육박한다. 항상 이 점이 마음에 걸린다. 몸에 부담을 주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게 내 건강이 걱정되는 부분 중에 하나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좀 좋아질까? 음, 운동을 꾸준히 해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다. 그래도 보통 친구들은 운동하지 않아도 이렇게까지 체지방이 높진 않던데 난 유독 체지방률이 높다. 의사 선생님들도 막상 인바디를 하면 깜짝 놀라신다. "생각보다 체지방률은 좀 있으시고...."
왜 이 알레르기 반응이 항상 이것과 연결되어 걱정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아무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지금 내 건강에 적신호를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난 분명히 내 몸에 어떤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이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내 자신에게.
이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참이냐고. 그대로 먹고 그대로 살아서 망가뜨리고 말 셈이냐고 계속해서 묻는 것이다. 내가 일어나서 걷고 뛸 때까지. 넌 적어도 한 아이의 엄마니까. 그 아이의 삶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그럼 뭐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다들 이런 내가 답답할까? 지금 당장 뛰라고 말하고 싶을까. 하하하. 일단 오늘은 늦었다. 출근 준비나 시작해야지. 오늘 밤엔, 강변이라도 뛰게 될까.
* 이 글을 쓰고, 이 날은 정말 반점이 지나치게 심해 병 조퇴를 내고 피부과에 갔습니다. 상사에게 팔만 보여줘도 기겁을 하며
"빨리 가라, 가봐라."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물론, 특별한 처방은 없었습니다.